정주영 회장을 아는 사람들은 그의 ‘불도저’ 같은 추진력에 놀라고 뛰어난 창의력에 다시 한번 놀란다고 한다. 정회장의 아이디어가 최고로 빛을 발한 것이 충남 서산 간척사업에서 보여준 소위 ‘정주영공법’이다.
사실 서산 간척사업은 일제시대부터 계획했다가 조수간만의 차가 너무 심해 번번이 포기해야 했던 일이다. 정회장이 이를 떠맡은 건 지난 78년. 정치적 불안과 자금사정으로 착공을 늦추다 82년 B지구, 83년 A지구 방조제 연결 공사에 착수했다.
B지구는 4.5t의 바위에 구멍을 내서 철사로 2∼3개씩 묶어 바지선으로 운반, 투하했다.
이때 정회장의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이 고철로 쓰려고 울산에 정박시켜 놓았던 23만t급 폐유조선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폐유조선의 탱크 속에 바닷물을 채우고 가라앉혀 물의 흐름을 막은 다음 중장비를 동원, 바위덩어리를 쏟아부었다.
공사는 완벽한 성공작이었다. 이 공법으로 절약된 공사비만 290억원에 달했고 사용된 폐유조선은 고철로 재활용됐다. 특히 ‘정주영공법’은 뉴스위크지와 타임지에까지 소개되기도 했으며 영국 런던 템즈강 하류 방조제 공사를 맡았던 회사에서는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그 결과 서울 여의도 면적의 33배에 달하는 4700만평의 국토를 추가시켰다. 그리고 제염작업을 거쳐 지난 87년 처음으로 벼를 심었고 지금은 연간 50만섬 가까운 쌀을 얻는 ‘식량의 보고’가 됐다.
/ blue73@fnnews.com 윤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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