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천왕기1, 2(이우혁 지음/들녘)
지난해 월드컵 때 한국 축구대표팀의 공식 응원단 ‘붉은 악마’의 응원 깃발에 등장한 치우천왕. 그동안 재야사학계에서 한민족의 뿌리라고 주장해왔지만, 역사학계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왔을 뿐이다. 그런데 800만부가 팔린 ‘퇴마록’의 저자 이우혁씨(38)가 세 차례의 중국답사와 9년동안의 자료수집과 집필 끝에 팬터지 소설 ‘치우천왕기’(전6권) 첫 두 권을 출간, 한민족 최고의 영웅을 되살려내 화제다.
치우천왕은 ‘사기’에 “짐승의 몸에 사람의 말을 하고, 구리 머리에 쇠의 이마를 가졌다”고 기록된 기원전 2700년 전후의 전설적 영웅이다. 특히 병장기로 칼·창·활 등을 만들어 천하에 위세를 떨쳤고, 중국의 시조로 불리는 황제와 맞서 싸운 ‘전쟁신’인 것이다. 치우와 황제는 4700년전 중국 하북성 탁록에서 10년동안 70여차례나 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소설은 고대 역사의 진위성을 따지는 역사서가 아니라 작가의 순수한 상상력에 의해 탄생된 영웅 팬터지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기원전 2716년부터 기원전 2696년까지 중국대륙이 소설의 무대. 신석기 시대의 말기이며 또한 청동기 시대가 막 시작된 그 시점에서 주신족의 치우천과 그의 쌍둥이 동생 치우비의 목숨을 건 사랑과 모험이 시작된다.
‘치우천왕기’에는 영웅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운명을 시험하는 선인들과 신수, 도깨비 등등 온갖 마법과 도술을 부리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인간의 모습을 한 대선인 자부와 파괴와 무질서의 선인인 혼돈이 공존하고 언어의 시조인 발귀리와 전설의 동물인 맥, 곤륜산에 살았다는 대주술사 서왕모, ‘소녀경’의 주인공 소녀 등이 바로 그들이다. 마법과 도술을 쓰는 그들은 치우천왕과 공손헌원, 그 영웅 뒤에서 그들을 돕거나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작가는 “중국인의 시조인 황제와 한치의 물러남도 없이 맞섰던 치우천왕을 다룬 소설을 쓴 것은 우리의 영웅신화를 가져보자는 데 있다. 이 팬터지를 통해 우리의 역사 인식을 새롭게 가지는 데 이 작품이 그 일익을 담당했으면 한다”고 말한다.
/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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