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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대머리 독수리 감상법과 미국


대머리 독수리는 미국의 상징이다. 흰색머리를 가지고 있어서 대머리라는 별칭이 붙은 이 새는 강력한 힘을 구현한다. 이 심벌은 미국이 9·11일 테러 대참사와 관련, 수행했던 작전명이 ‘노블 이글(Noble Eagle)’로 쓰여져 흥미를 끌기도 했고 올브라이트 전 미국무장관이 러시아 방문 때 단 브로치에도 살아 움직였으며 ‘뉴딜 정책’의 상징 또한 독수리였다. 성서 출애굽기에는 애굽에서 시내산으로 이스라엘을 인도한 모세의 역사를 독수리 날개로 업어 온 것으로 비유하고 있다.

요즘 기업사냥꾼 ‘벌처(vulture)’들이 국제시장에 들끓는다. 독수리, 약한 자를 희생시키는 사기꾼 등의 의미인 벌처는 파산한 기업이나 경영위기에 처한 기업을 싼 값으로 인수해 정상화시킨 뒤 비싼 값으로 되파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즉 썩은 고기를 먹고사는 독수리의 습성에 비유해 붙여진 이름이다. 또 대머리 독수리는 보통 독수리들의 먹이를 빼앗아 먹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독수리의 두개의 얼굴을 보여주는 적절한 예라고 하겠다.

얼마 전 한때 프랑스에서 공부했으며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장남 우다이와 친분이 있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CNN을 통해 우다이와 차남 쿠사이의 시신 사진을 보았다. 타박상으로 처참하게 죽어간 우다이의 사진을 보고 친구는 충격이 컸던 것 같다. 그는 시신 사진을 공개한 행위에 대해 “야만사회로 되돌아 가는 느낌”이라며 흥분했다. 더군다나 인권의 나라라는 미국이 이런 식의 행위를 한 것에 대단한 유감을 나타냈다.

필자 역시 영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국제법 위반이 되는지, 아닌지는 차치하고라도 윤리·도덕상 아무래도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라크 저항세력과 레바논 헤즈볼라 등 무장단체들이 보복을 다짐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어서 또 다른 먹구름을 몰고 오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미국은 토머스 제퍼슨 이래 자유와 평등, 민주와 인권 등을 가치로 인류의 등정을 선도한 나라다. 2차대전 이후 인류의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했으며 그 이념과 사상은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특히 2차대전 이후 패전국이던 일본과 독일의 경제를 부흥시켜 세계강국으로 도약케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원조 및 경제부흥 정책을 통하여 자유세계를 더욱 풍요롭게 해주었다. 만약 독일이나 일본이 승리를 했다면 인류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리나라도 미국 혜택을 받은 나라 중의 하나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 후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는 국제연맹 설립과 우리나라의 3·1독립운동, 중국의 5·4운동을 이끌었다. 가까이는 박정희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카터 대통령의 인권정치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받들어 보게끔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은 자신들이 지녔던 위대한 가치관을 내팽겨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물론 9·11테러가 가져다 준 충격파가 작금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그런 일로 미국의 위대한 가치를 손상시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인류의 위대한 등정에 생채기를 남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만약 그들이 지켜온 고상하고 헌신적이며 인류애에 기초한 노블레스오블리주를 헌신짝처럼 버린다면 인류는 또 다시 혼돈의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다. 많은 나라에서 미국이 자신들의 잣대를 들이대고 가치관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후세인도 오사마 빈 라덴도 모두 혼쭐이 났다. 이제 이만하면 대머리 독수리의 위용을 충분히 과시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애가라 폭포에서 종종 독수리들이 추락해서 숨지는 일이 있다고 한다. 물에 떠내려가는 얼음덩어리에 올라앉아 폭포가 가까워 오는지도 모른 채 시체를 뜯어먹다가 발이 얼음덩어리에 얼어붙어 얼음과 함께 폭포로 추락한다는 것이다. 먹을 것을 절제하지 못한 결과이다.
도가 지나치면 화가 되어 돌아온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

1784년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은 독수리가 미국의 상징으로 선정되자 딸에게 편지를 보내 “독수리보다는 칠면조가 낫다”고 말했다 한다.

프랭클린의 농담이 그럴싸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미국은 다시 지난날로 돌아가 인류등정의 견인차가 되길 기원한다.

/주장환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