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가족] 우리가족 바람났어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7.31 09:52

수정 2014.11.07 15:20


온가족이 바람이 난다.

남편이 죽자 초등학교 친구와 바람난 것을 인정하는 시어머니 홍병한(윤여정), 고등학교 2학년 신지운(봉태규)과 바람난 며느리 은호정(문소리), 처녀 사진작가 김연(백정림)과 바람난 호정의 남편 주영작(황정민). 소위 ‘콩가루 집안’이다. 이 영화는 ‘바람’이라는 소재와 맞물려 ‘오아시스’의 주인공 문소리의 노출 수위가 화제가 된 바 있다.

게다가 온가족이 바람이 난다는 설정은 언뜻 들으면 가벼운 코믹영화 냄새를 풍길 수 있다. 하지만 ‘바람난 가족’(제작 명필름)은 그리 가벼운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임상수 감독은 전작인 ‘처녀들의 저녁식사’(1999년)와 ‘눈물’(2001년)을 통해 사회적인 문제를 성적인 상상으로 부각시키는 화법을 사용했다. ‘처녀들의 저녁식사’는 20대 후반 여성들의 솔직한 성담론을 풀어가면서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륜, 동거 등의 문제를 풀어냈고 눈물에서는 폭력부모, 부모의 이혼, 무관심, 근친상간 등을 겪은 10대들의 아픔, 절망을 담아냈다. 바람난 가족도 이 영화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임상수 감독은 “이 영화는 섹스를 소재로 한 영화의 완결편이라 할 수 있다”며 “10대의 성은 눈물에, 20대의 성은 처녀들의 저녁식사에, 30대 이후의 성은 바람난 가족에 녹여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바람난 가족을 통해 가족, 섹스, 여자들, 윤리적인 문제 등 사회 문제를 풀어내려 했다”고 덧붙였다.

바람난 가족은 TV 홈드라마에나 나올법한 겉으로 행복해보이는 가족의 실체를 철저하게 분해한다. 정의로운 변호사와 동네 무용학원에서 춤추는 것을 즐기는 전직 무용수 호정, 그리고 입양한 아들 수인.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이 집안에 바람이라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영화속 인물들은 자신들에게 보다 솔직해지기 위해 ‘바람을 핀다’고 주장한다. 이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당당하게 선언하는 시어머니의 말에도 잘 드러나있다. “나 남자있다. 결혼할지 몰라. 나 섹스도 해. 15년 만에. 생전 처음으로 오르가슴을 느껴. 인생은 솔직하게 사는거다.”

결국 바람을 통해 평생동안 오직 한 사람만을 바라봐야 하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는 거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그러면 가족 구성원간의 자유와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자신의 욕망을 좇아 가족을 붕괴시키는게 옳은 것인가, 아니면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인고의 열매’를 곱씹어야 할 것인가. 물론 해답은 자신이 찾아야한다. 이 영화는 ‘가족’의 의미와 그 속에서 자신의 행복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한 번쯤 생각할 기회를 제공할 뿐이다. 18세 이상 관람가. 14일 개봉.

/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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