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故 정몽헌회장 하남선영에 잠들다]통일초석 놓고 王회장 품으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8.08 09:55

수정 2014.11.07 15:04


현대그룹의 ‘비운의 후계자’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유족과 현대계열사 임직원, 국민들의 애도 속에 8일 선영이 있는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에 부친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잠들어 있는 묘소곁에서 평화롭게 영면했다.

생전에 고인은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남북경협사업에 매진, 새로운 한반도시대를 개척한 선구자로 평가받았으나, 부친 정주영 명예회장의 평생 소원이었던 ‘통일조국’을 끝내 보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생을 마쳐 안타까움을 더했다.

■서울아산병원 영결식 이모저모

○…이날 오전 8시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동관 잔디광장에서 2000여명의 조문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된 영결식은 쇼팽의 ‘장송행진곡’과 베토벤의 ‘영웅교향곡 2악장’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고인에 대한 묵념, 약력보고, 고인 영상물 상영, 추모사, 조전 소개, 헌화 및 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정회장의 약력을 소개하던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은 북받치는 슬픔을 참지 못하고 3∼4차례 눈물과 탄식을 쏟아내 주변을 숙연하게 했다.

이어 정회장의 생전활동을 소개하는 영상물은 서울 청운동 저택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비롯해 출생에서부터 성장기를 거쳐 경영자로서, 대북사업의 후계자로서 짧은 생애를 마감하기까지 정회장의 일생을 담아냈다. 활짝 웃는 모습을 담은 고인의 영상이 멀티비전에 나타나자 유족과 지인, 현대 관계자 등이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울음을 터뜨렸고, 옆에서 지켜보던 아산병원 직원과 환자들도 너나 없이 눈시울을 붉혔다.


○…손길승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추도사를 통해 “아직도 갈 길은 멀고 하실 일이 많이 남아 있는데 왜 이렇게 홀연히 떠나셔야 했습니까. 기업인으로서 이제 한창 꽃을 피워야 할 때에 이렇게 꼭 떠나셔야 하셨습니까. 이제 누가 회장님의 빈자리를 대신 한단 말입니까”라는 구절을 읽으면서 서러움이 북받치는 듯 울먹였다.

서강대 박홍 이사장은 추모기도에서 “부친 정주영 회장님의 뜻을 따라 분단의 한을 경제협력과 화해로 풀기 위해 지난 3년간 당신은 모든 것을 바쳐 혼신의 노력을 다하여 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라며 고인을 회고했다.

우인(友人) 대표로 나선 김용옥씨는 “정몽헌은 하나의 추억이 아니라 슬픔이요, 꿈이었다. 정몽헌의 죽음은 결코 개인의 좌절이 아니며 역사의 좌절도 아니다. 정몽헌은 좌절했기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 서영훈 대한적십자사 사장, 조순 전 서울시장, 민주당 정대철 대표, 정균환 원내총무,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 자민련 손경희의원 등 정·관계 인사와 이웅열 코오롱 회장,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한상렬 통일연대 상임대표, 제프리 존스 주한미상공회의소 명예회장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또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를 비롯해 레온 라포테 주한미군사령과 일본 스미토모상사의 미야하라 겐지 회장, 미쓰이물산의 오하시 노부오 회장,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 금강산국제관광총회사 등은 조전을 통해 추모의 뜻을 전했다.

○…이에앞서 오전 7시부터 서울아산병원 3층 빈소에서 상주 영선군과 미망인 현정은씨,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정몽준 의원 등 유가족들이 천구의식(관을 움직이기 전에 지내는 제사)을 가졌으며 이어 장례식장 1층 발인장에서 유족들의 흐느낌 속에 유교식으로 발인제가 진행됐다.

영결식이 끝난 뒤 대형 영정사진 차량을 선두로 운구차, 가족과 지인 등 800여 명을 태운 버스 27대 등 장례 차량들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잠들어 있는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 선영으로 향했다.

■창우리 장지 이모저모

○… 창우리 선산에는 유족과 지인, 현대 임직원 외에도 동네 주민 200여명이 몰려 나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운구차가 산중턱 잔디광장에 도착하자 검은 양복차림의 운구요원 20명이 운구차에서 흰천에 싸인 영구를 꺼내 가족묘지로 옮겼고 유가족이 그 뒤를 따라 일대가 검은 상복 행렬로 뒤덮였다. 고인의 영구는 애통하게 오열하는 유가족을 뒤로 하고 부친 정주영 명예회장 묘에서 산 아래쪽으로 50m 정도 떨어진 10평 크기의 묘자리 땅 밑에 내려졌다. 하관이 끝난 뒤 상주 영선군과 정세영 명예회장, 정몽구 회장 등은 눈물을 삼키며 영구 위로 흙을 뿌렸다.

○?`정몽구 회장은 반혼제를 올린 스님들은 물론 하관식을 집행해준 장례용역회사 직원들에게까지 일일이 손을 잡으며 감사하다는 표현을 했다.

또 하관식 진행도중 고 정몽헌 회장의 장남 영선군 등 유가족의 어깨를 어루만지는등 위로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이날 무더운 날씨라 연신 손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간간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정회장은 주위를 둘러보며 “나무를 좀더 옮겨다 심어야겠다”며 동생을 먼저 보내는 아픈 심경을 내비쳤다.

○ ?`이날 장지에는 몸이 불편한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을 제외한 막내 삼촌인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등 대부분의 정씨 일가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관식을 거행할 때는 유가족에 이어 정몽구 회장, 정몽준 의원 등 친형제,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 몽(夢)자 돌림 사촌형제, 그리고 현대차 정의선 부사장 등 선(宣)자 돌림 순으로 제를 거행해 참석자들의 눈길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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