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트리] 상처입은 세 영혼, 삼각사랑에 빠지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8.13 09:56

수정 2014.11.07 14:53


2003년 프랑스 도빌아시아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작(지난 3월), 2003 몬트리올 국제 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작(오는 27일),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100% 유럽 자본으로 만든 영화.

제작 1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플라스틱 트리’(감독 어일선, 제작 RG프린스 필름) 앞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플라스틱 트리는 말 그대로 가짜 나무를 말한다. 추호의 의심도 없이 ‘진짜’ 꽃과 나무라고 생각했던 게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짜’로 드러나는 순간, 우리는 허탈함을 느끼게 된다.

이 영화의 제작자인 레지스 게젤바쉬 RG프린스 필름 사장은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어 독일에서 영화제작자로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 보여줬더니 좋은 반응을 보여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비 개인 오후를 좋아하세요?’ ‘해적’ 등에서 조연출로 활동하다 감독으로 데뷔한 어일선 감독의 첫 작품이다.

그는 “가짜인 플라스틱 트리를 진짜처럼 믿고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는 것을 인간관계에 대입해 표현하려 했다”며 “어쩌면 우리는 가짜를 진짜보다 믿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발사 수(김인권)와 퀵서비스 배달원 원영(조은숙)은 바닷가 옆에 위치한 작은 이발소에서 동거중이다. 이들은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듯 보인다. 마치 플라스틱 트리처럼. 하지만 수의 어릴 적 친구인 병호(김정현)가 이들 삶에 끼어들면서 문제는 수면으로 부상하기 시작한다. 사실 어릴 적 수는 여자로 키워졌다. 누이를 잃은 엄마가 정신이 반쯤 나가면서 그를 누이 대신 여자처럼 만든 것. 이 사실은 수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가져다줬고 결국 그를 성불구로 만들었다.

오랄섹스를 나누는 원영과 수의 모습을 보고만 병호. 이제 그는 원영에게 완전한 섹스가 뭔지 가르쳐준다. 이쯤부터 영화는 멜로의 색채를 벗어던지고 스릴러의 모양새를 띤다. 하지만 이발소 옥상에서 병호와 원영의 대화를 듣고 있던 수가 등장하는 순간, 즉 스릴러로 전환함을 알리는 효과음은 영화와 동떨어진 느낌이 들어 다소 영화와 어울리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점점 병호를 좋아하게 된 원영은 자신이 수에게서 벗어나고 병호에게 가기 위해서 허리까지 늘어진 긴 머리를 잘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지만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고 싶은 수. 또 원영과 수 커플을 보며 오랜 방황을 끝내고 싶은 병호. 영화는 그들이 충격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도록 끝을 맺는다. 하지만 영화의 작품성과 재미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는 버거워보인다.
게다가 31세의 여주인공이 스무살 원영을 연기하는 모습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18세이상 관람가. 29일 개봉.

/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