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꿇어!’
이 한마디로 2001년 추석 극장가를 점령한 ‘조폭마누라’ 신은경과 2002년 추석 ‘가문의 영광’으로 코믹한 조폭을 탄생시킨 정흥순 감독이 만났다. 두 영화 모두 5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한 터라 ‘조폭마누라2:돌아온 전설’(제작 현진시네마)의 흥행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게다가 2001년 당시, 조폭마누라의 리메이크 판권이 할리우드에 110만달러, 흥행수익 5%라는 파격적인 조건에 판매됐기 때문에 조폭마누라2에 거는 기대가 대단하다. 이러한 관심은 영화제작 기간에도 계속됐다. 제작기간 중 신은경의 눈 부상, 제작자와 결혼 발표, 서세원프로덕션의 공동저작권 공방 등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조폭마누라2’는 시작부터 현란하다. 도심 고층건물 옥상에서 난투극을 벌이던 가위파가 열세에 몰릴 무렵, 차은진(신은경)이 헬리콥터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 전세를 역전시킨다. 그러나 총을 든 무리들이 가세해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차은진은 총상을 입고 건물로 추락한다. 그녀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주위의 파편들이 정지된 듯 천천히 떨어지는 이 장면은 마치 ‘매트릭스2리로디드’의 한 장면을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닭장차 위에 떨어져 닭털을 뒤집어 쓴 은진을 발견한 것은 중국음식점 ‘슈’의 주인이자 주방장 윤재철(박준규). 하지만 술취한 그의 어설픈 행동 때문에 은진은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린다. 이제 그녀는 가위파의 보스가 아닌 슈의 배달원 ‘슈슈’일 뿐이다. 하지만 슈슈는 자신을 찾기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쇠꼬챙이를 콘센트 구멍에 꽂아 감전시키기, 비오는 날 살만 남은 우산을 들고 번개 기다리기, 뱀을 산채로 끓여 한 입에 먹기….
어느 날, 은진은 은행에서 얼떨결에 3인조 강도를 때려잡아 ‘용감한 시민상’을 받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 일로 예전의 라이벌 조직 보스 백상어(장세진)가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된다. 게다가 그는 슈가 자리한 상가 건물들을 부수고 주상복합건물을 짓기로 한 사채업자 고사채(주현)에게 고용된 깡패들이다. 잃어버린 은진의 기억은 예전 부하들이 등장하고 머리에 충격을 받으면서 되돌아온다. 이를 눈치챈 백상어는 재철이 입양한 딸 지현(류현경)을 납치한다. 이 영화는 은진이 기억을 잃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1편과 비슷한 구도를 가지고 있다. 1편에 등장한 남편(박상면)의 자리는 재철이, 은진의 언니는 지현이 대신한다. 하지만 1편에서 남자부하들을 호령하던 은진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던 관객이라면 2편이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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