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옆에서 보면 다를까?, ‘인인현-회화의 지층’

주장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9.16 10:05

수정 2014.11.07 14:01


한 작품에 천착하여 줄기찬 의지를 보여주는 일도 쉬운 일만은 아니다. 인내와 의지가 두드러져야 하고 환경과 상황의 변화에 미소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작가 이인현에 대해 ‘철학이 있는 화가’라고 말한다. 두터운 캔버스와 짙은 푸른색으로 표상되는 ‘회화의 지층’은 그에 대한 이런 평을 잘 보쌈아준다.

그는 이번에도 예년과 다름없이 그의 고집스러움을 잘 여주는 작품을 들고 왔다.10년이상 발표해왔던 회화의 지층을 1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보여준다.


‘이인현-회화의 지층’전은 측면을 강조한다. 이른바 ‘측면 바라보기’의 새로운 틀을 통해 표층과 심층,내부와 외부,이미지와 물성 등이 이분법적 갈등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다.

그는 짙은 푸른색을 한껏 머금은 천으로 둘러싼 긴 막대를 펼쳐진 캔버스 위로 멈추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스쳐지나가는 방식으로 그림을 만든다. 캔버스의 화면을 통제할수 없도록 통제하는 것. 말이 좀 어렵지만 계산된 결과를 따랐던 작업의 결과나 우연적인 효과까지도 배제하는 것이다. 막대는 밀착되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떨어진 것도 아닌 상태에서 일정한 속도로 캔버스 위를 미끄러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화면은 어떠한 의도나 통제가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는다.

캔버스에서 붓을 놀리다 보면 프로가 아니면 감득하기 힘든 미묘한 요철과 손의 떨림이 있다. 작가는 이것을 작가가 뜻한 바 대로 잘라서 캔버스의 틀에 매고 다시 조합하여 감상자의 가슴으로 가져 가는 것이다.


지난 작품에 비해 전반적으로 밝아진 화면에는 물감의 양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화면을 흥건하게 적시던 푸른물감은 캔버스 올의 솜털위에 미세하게 붙어 흔들리고 있을 따름이다.


이 작품들은 화면 위를 비치는 햇살이나 그림자, 허공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소리와 느릿한 속도,미세한 흔들림을 느끼게 하여 철학적 성찰을 맛보게 한다. (02)732-3558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