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명예회복’나선 63빌딩] 현장 실태·대책

홍순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9.18 10:06

수정 2014.11.07 13:55


한국 초고층 빌딩, 국내 최초 아이맥스 영화관과 수족관 등으로 이름을 날리며 남산타워와 더불의 서울의 명물로 통하던 63빌딩(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0)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90년 중반 이후 서울 곳곳에 즐비하게 들어서기 시작한 첨단 인텔리전트 빌딩들과 각종 부대시설로 무장한 고급 레스토랑에 맥없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18일 낮 12시. 63빌딩의 모습은 여름 끝자락 모질게 퍼붓는 빗줄기 탓인지 손님들과 쇼핑고객들로 한참 붐벼야 할 지하 1층의 점포에는 썰렁한 기운이 완연했다.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한 54층 이상에도 평소 자주 드나드는 고객들의 발길이 거의 끊어졌다.

패스트푸드점과 식당, 의류?^잡화점 등 모두 60여개의 점포가 입점해 있는 지하 1층은 63빌딩의 먹거리 장터이자 쇼핑장소이고 만남의 장이다.

귀금속 코너의 한 여점원은 “요즘 장사가 어떠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다른 빌딩보다 제품값이 비싸다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 아무리 홍보를 해도 소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녀는 “작년보다 50% 이상 매출이 줄었다”며 “움츠러든 경기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주수익원이었던 관광객이 줄어 타격이 크다”며 울상을 지었다.

아이스크림 가게의 상황은 더욱 심하다. 1층 계단과 바로 연결되는 통로에 위치해 노른자위 코너로 통하는 아이스크림 가게의 점원은 “오전에 10개도 못 팔았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나마 활기를 띠는 곳은 한벌에 1만원하는 저가 의류매장.

주로 인근 여의도 주민들이 사람 만나러 나왔다가 티셔츠며 바지 등을 싼맛에 사가지고 간다는 것이 매장직원의 귀띔이다.

갑자기 1층에서 왁자지껄한 소리를 내며 중학생 수십명이 내려왔다. 경기 평택 세교중학교에서 견학차 온 이 학생들이 방금 수족관을 들러 관광버스로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무리의 한 여학생은 “수족관이 너무 볼품이 없었다”며 “얼마 전 코엑스 아쿠아리움에도 가봤는데 거기에는 상어며 희귀한 어류들이 많았는데 63빌딩은 펭귄 등 TV에서 거의 다 본 동물 뿐”이었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63빌딩 입주업체들도 불만을 털어놓았다. 63빌딩에 10년째 머무르고 있다는 한 입주업체의 관계자는 “건물이 지어진 지 20여년 가까이 돼 환기가 안되고 외벽 등이 낡아 개보수가 시급하다”며 “특히 주차장이 협소해 한강둔치에 차를 세워 놓고 걸어 올라오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다른 입주업체의 관계자는 “올해 63시티측이 임대료를 인상했는데 건물 시설은 그대로”라며 “입지조건만 아니면 63빌딩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이처럼 관광객과 입점업체, 사무실 입주사들로부터 리모델링의 시급성이 지적되면서 63빌딩의 주인인 대한생명이나 대생의 경영권을 소유하고 있는 한화그룹 모두 개보수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는 이에 대해 “한화컨소시엄이 대생을 인수할 때 ‘조건부 인수’옵션으로 계약해 리모델링 예산을집행하려면 예금보험공사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대생은 “지난 7월 유명 컨설팅 업체의 실사를 받았으며, 오는 10월께 공사 전담조직을 편성해 11월에는 설계 및 시공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수백원이 넘게 소요될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입주 점포업체들의 입장은 다급하다. 경기부진에 관람객 감소로 매출 타격이 심각해 개보수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한 입점업체의 점주는 “당초 한화가 대생을 인수한 후 곧바로 공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언제 리모델링 작업에 착수할 것인지 63빌딩 측에서 언급이 없어 불안하기만 하다”고 난감해했다. 공사가 시작되면 매점을 철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63빌딩 관광수입은 지난해보다 약 20%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게 63시티 측의 예상이다.
이는 캐시카우였던 수족관, 아이맥스 등의 부진이 직접적인 요인이며 총체적으로 빌딩의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반증이다.

관광업계 전문가들은 63빌딩이 지리적 이점과 운영 노하우를 갖추고 있어 개발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재도약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코엑스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빌딩문화의 추세가 단순 사무공간이 아니라 전시장 컨벤션 쇼핑몰 등이 어우러진 복합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현재의 63빌딩은 오피스타워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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