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수요자 중심 교육정책 필요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01 10:10

수정 2014.11.07 13:32


내년도 교육인적자원부 예산은 26조3904억원이다. 증가율은 6%로 복지(9.2%), 국방(8.1%), 과학기술(8%), 정보화(6.3%)에 뒤지나 부처별 예산중 규모에서는 1위다. 그 정치적 의미는 차치하더라도 국방은 안보를 통해 전국민에게 편익을 증진한다는 점에서 수긍이 간다. 과학기술이나 정보화, 복지예산도 마찬가지리라.

그러나 26조원이 넘는 예산을 가져갈 교육부는 예산에 걸맞은 대국민 서비스를 하고 있는가. 답은 ‘부정’에 가깝다. 물론 공교육 내실화 등 교육부가 힘쓰는 일은 하나둘이 아니라고 말할 경우 반박할 자신은 없다.

그러나 과연 세금을 부담하는 국민들에게 그에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교육부가 대학의 입학정원까지 규제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대학은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등 부실화의 길을 걷고 있다.


대학 졸업생들은 취직이 안돼 실업률이 7%에 육박해서 경제부처 공무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학생들은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으로 신음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이 온갖 규제에도 불구하고 뛰는 것도 교육환경 탓이라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 등 경제부처에서 짜낸 아이디어가 경기 성남시 판교학원단지지만 교육부의 공교육화 주장에 밀려 백지화됐다. 물론 학원단지가 강남 아파트값을 잡는 정답은 아닐 수 있다.

공교육 내실화와 정상화도 중요하다. 인정한다. 그러나 교육부가 대학의 부실문제를 풀고, 대졸자의 실업률 급등과 강남 아파트 급등의 전염 현상 등 ‘현실’에 대처하기 위해 ‘실현 가능성 있는’ 대책을 내놓았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교육부가 공교육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지만 학부모는 자식을 학원에 보내면서 ‘경쟁주의’를 원하고 있는 게 현실 아닌가.

게다가 한국을 떠나는 학생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유학, 연수 등 교육수지 적자가 올들어 8월까지 전년 동기대비 31.9% 증가한 12억4000만달러에 달했다.

교육부가 잘못했고 학부모가 전적으로 옳다는 게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맞는 수요자 중심의 처방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그게 국민혈세를 쓰는 공복의 직분이 아닐까.

/ john@fnnews.com 정치경제부 박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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