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소양없는 장관과 교사

김종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03 10:10

수정 2014.11.07 13:30


“선생을 ‘놈’이라 부르는 장관이나, 그런 장관에게 ‘개××’라고 하는 교장이나 뭔 차이가 있겠습니까.”

지난 1일 오후 4시8분, 충북 청원 한국교원대학교 교원연수강당에서는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물러난 해양수산부 최낙정 장관이 초등·특수학교 교장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한 사람도 존경할 만한 선생이 없었다”며 “선생 중 몇놈이 교장으로 올라가도…”라는 발언을 하자 수강생인 교장들이 야유와 함께 욕지거리를 최장관에게 퍼부어댔다.

“뭐 저런 게 장관이야. 나가라 새끼야. 개××.” 등등 듣기에 민망한 폭언이 계속됐다.

이에 최장관도 “왜 좋은 소리만 듣고자 하느냐”며 역정을 내며 맞받아치자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소동은 7분여간 계속되다 결국 최장관이 잘못했다며 싹싹 빌고서야 진정됐다.

이 와중에도 다수의 교장들은 “하여튼 끝까지 들어보자. 일국의 장관이 저렇게까지 말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며 소란을 진정시켰다.
눈이 해맑은 이들이었다.

현장에 있었던 기자는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정말 황당했다. 저울에 올려 놓고 보면 장관이나 성숙되지 못한 사고를 가진 일부 교장이나 똑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소란은 지난 2일에도 계속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소속 20여명이 항의방문단을 구성해 해양수산부 장관실로 들이닥친 것이다. 한 중년여성이 “최낙정씨, 나와. 지금 뭐하는 거야”라며 고성을 지르자 “자중해 달라”며 장관실 관계자가 저지에 나섰다. 그러나 이 여성은 거침없이 “미친놈아, 뭘 자중해”라며 거친 말을 서슴지 않았다.

기자는 이틀동안 최장관의 ‘교사비하’ 발언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를 취재하면서 자괴감을 감출 수 없었다.

장관과 교사는 이 나라를 이끄는 지도층 인사들이다.
국가 백년대계를 세우는 역할을 하는 것도 동일하다. 장관은 행정으로, 교사는 교육으로 나라를 이끌어 간다.


듬직하지 못한 장관과 소양을 내팽개친 교사를 ‘모시고’ 있는 백성과 학생들이 서글프기는 매한가지일 것이다.

/ jongilk@fnnews.com 김종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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