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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사설] 다시 급증하는 은행 가계대출


한때 주춤하던 은행 가계대출이 9월중 크게 늘어났다. 금융계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8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99조8043억원으로 전달보다 2조6359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상반기 중의 월평균 증가액보다 무려 19.7%인 4346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경기침체로 인해 투자가 부진, 은행들이 돈굴릴 곳이 마땅하지 않자 경쟁적으로 금리를 내려가면서까지 가계대출을 늘린 탓이다.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보통 경제규모의 확대에 따른 소비자 금융의 증가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이는 소비촉진으로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고 금융기관의 수익제고로 이어져 경제 활성화의 촉진제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 은행대출이 문제가 되는 것은 항상 대출증가액이 대출수요자의 상환능력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급증 추세는 크게 경계해야 할 일이다.

우선 주목해야 할 것은 가계대출의 증가폭이 너무 가파르다는 점이다. 또 이러한 가계대출 자금은 주로 부동산에 몰려들어 부동산 가격의 거품을 조장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은 결코 가볍게 볼일이 아니다.

둘째는 가계대출 연체율이 8월 말 현재 2.5%로 지난해 같은달의 1.8%보다 크게 증가한 가운데 이처럼 대출이 급증한 것도 문제다. 이는 앞으로도 가계대출 연체율이 더 늘어나 개인 파산자 증가와 은행 부실화의 가능성을 키우는 것이다.

셋째는 최근 당국의 도시근로자 가계수지를 보면 소득 상위계층은 가처분 소득이 소비지출을 넘어서 월 178만원의 흑자를 내고 있는 반면, 하위계층은 8만3000원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저소득층일수록 은행빚 상환에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6월 말 현재 국내 19개 은행의 부실채권은 작년말보다 48%나 급증한 22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당장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하나 앞으로 금리가 오른다거나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 개인과 은행의 동반 부실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가계대출 연체율과 부실채권증가 방지를 위해, 개인들은 국내외 경제상항 변화에 대비해 자금의 대출과 상환에 그 어느 때보다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