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3년 포스코를 가다] 새 출발 성공… 상반기 매출 6조780억 달성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05 10:11

수정 2014.11.07 13:28


지난 2000년 10월3일 국민기업 포스코는 민영화를 통해 새롭게 거듭났다. 민영화 이후 지난 3년간의 포스코의 변신을 살펴보면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란 말이 잘 어울린다. 소유와 경영을 철저히 분리한 지배구조와 전문경영인제도, 과감한 프로세서혁신(PI)를 통해 포스코의 대외경쟁력은 해가 갈수록 높아져만 가고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기에 더욱 좋은 것도 있다. ‘산업의 쌀’ 철을 생산하기위해 365일 하루도 쉬지않고 뜨거운 고로 곁을 지키는 포스코맨들의 열정이 바로 그것.

올해로 이땅에 일관제철소 탄생 30년, 민영화주기로는 3돌을 맞이한 포스코의 포항제철소와 그속의 산업역군들을 찾아봤다.

【포항=이재만·정세진기자】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에 위치한 포항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중심가를 향해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포항제철소에서 가장 먼저 발을 들인 곳은 제3고로 제선공장.

안내를 담당한 제선부 김성연 대리(34)는 거대한 고로를 가리키며 “15년 전 고로 노후화에 따른 보수작업을 진행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지난 14년7개월의 세월동안 한번도 쉬지않고 쇳물을 흘려보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쇳물의 양만 하루 9000t에 이른다고 김대리는 말했다.

그는 “비록 30년전 일본의 기술을 어깨너머로 배워가며 시작된 제철소지만 이제는 200년 이상 경험을 가지고 있는 유럽 제선공장의 엔지니어들도 포스코에서 기술을 배워 가고 있다”며 강한 자부심을 내비췄다.

그는 “세계일류 철강기업에 일하는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포스코가 남들이 부러워 하는 직장인 것은 사실이지만 현장근무는 직원들이 국가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이 없으면 버티지 못할 만큼 어렵다”고 말했다.

제선과정에서 나온 시뻘건 쇳물은 ‘어뢰차’라는 운송용차에 몸을 싣고 곧바로 제강공장으로 이동된다. 이곳에서는 1회당 1t트럭 280대 분량의 쇳물, 고철, 석회석 등을 전로안에 넣은 후, 고온의 산소를 불어 넣어 탄소 등 불순물을 제거해 ‘용강’을 만드는 작업이 이뤄진다.

제강부 황성배 주임(50)은 “하루 2만t, 연간 840만t의 용강을 생산하는 제강 공장은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제선과 제강 공정을 거친 쇳물은 마지작으로 압연공장으로 오게된다.

압연공정은 앞선 제강공정의 용강을 식혀 만든 길고 두꺼운 모양의 새빨간 슬래브가 앞뒤로 움직이면서 눌러져 얇고 길게 모습을 변화하는 과정이다. 압연공정을 모두 거친 슬래브는 길이 2㎞, 두께 1.2∼22㎜의 열연코일로 바뀐다.

압연과정을 안내하던 정봉일 노무안전주임(51)은 “이곳에선 지난 8월 스테인리스 열연코일을 시간당 620t이나 생산해 세계신기록을 세웠다“며 “압연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열연코일을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시간당 8000만원에 이른다”고 넌지시 귀띔했다.

압연 공정을 지나가는 동안 얼굴을 때리는 뜨거운 열기에 마치 얼굴을 데일것만 같다. “더운 공장에서 더위를 식히는 특별한 비결이 있냐”는 질문에 정주임은 “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40℃가 넘는 공장의 열기로 여름에는 염분 소모를 방지하기위해 소금을 수시로 먹기도 하지만 효과적인 피서법은 포스코 맨만의 열정과 보람을 가슴에 곰씹는 것”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제철소 방문의 마지막 일정은 포스코가 포항 제철소 1기 설비 준공을 기념해 지난 7월 3일 건립된 ‘포스코 역사관’.

밖에서 바라본 포스코 역사관은 하나의 건축 예술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유리벽면으로 된 원통형 외간이 멋진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역사관 입구에 들어서자 맨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포항 제철소 초창기에 현장 직원들이 근무한 건설사무소를 실물 형태로 재현한 ‘롬멜하우스’였다.


4년을 준비해 연면적 1100평, 전시면적 600평의 지상 3층 규모인 역사관안에는 최초로 고로에 불을 지핀 화입봉에서부터 회사 발전상을 담은 사진자료와 초창기 안전모와 작업복, 초창기 생산제품 표본에서부터 각종 서류양식, 명패까지 600여점이 전시돼 있었다.

특히 ‘어떠한 외압에도 굴하지 말라’라는 뜻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박태준 사장에게 직접 써준 ‘종이 마패’로 불리는 설비구매 재량권 문서가 눈에 띄었다.


포스코의 역사관은 일개 기업의 전시관이라기 보다는 한국 철강사의 족적이 그대로 묻어있는 ‘철강박물관’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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