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통증억제 유전자 첫 규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06 10:11

수정 2014.11.07 13:27


뇌 속에서 통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유전자와 그 메커니즘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규명돼 획기적인 진통제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과학기술부 지원으로 연구에 나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희섭 박사팀은 잠잘 때나 간질을 비롯한 여러가지 뇌질환에 걸렸을 때 의식을 차단하는데 관여하는 유전자 ‘T-타입칼슘채널’이 통증도 억제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최근 밝혔다.

뇌속 시상핵이라는 공간에 존재하는 T-타입 칼슘채널은 그동안 간질, 치매, 파킨슨씨병, 우울증, 정신분열증 등 다양한 뇌신경 질환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박사팀은 이번 연구에서 시상핵이 일반 감각신호와 통증신호를 구별해 반응하며 이중 통증신호는 T-타입 칼슘채널을 활성화해 결과적으로 이 캡슐이 통증의 추가 유입을 막는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신박사는 “생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일반 생쥐의 경우 통증신호를 차단해 통증을 자체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지만 시상핵에서 T-타입 채널을 제거한 돌연변이 생쥐는 통증신호가 여과없이 뇌로 전달돼 더욱 심한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학계에 보고된 바 없는 새로운 통증조절 메커니즘을 밝힌 것으로 시상핵이 수동적으로 외부의 모든 자극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선별적으로 반응해 조절할 수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T-타입 캡슐의 통증조절 메커니즘을 이용하면 통증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새로운 진통제’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신박사팀은 보고 있다.


신박사는 “시상핵은 거의 모든 종류의 통증신호가 지나가는 길목으로 이곳에서 작동하는 의식차단 유전자(T-타입 캡슐)를 이용하면 다양한 종류의 통증을 조절할 수 있는 꿈의 진통제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신박사팀이 이번 연구에 사용한 ‘시상핵 감각신호 추출법’은 전기를 이용해 뇌속의 생각을 컴퓨터에 저장?^분석하는 첨단기술로 여러가지 뇌 신경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는데도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신박사팀의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사이언스지 최근호(3일자)에 게재됐으며, 다음달 미국 뉴올리언즈에서 열리는 신경과학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임호섭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