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아파트값 보유세로 잡자

송계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06 10:11

수정 2014.11.07 13:26


정부가 다시 급등하는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추진 아파트 가격과 대형아파트 값을 잡고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급격한 집값 상승은 당장 국가 경제의 고비용 구조를 불러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등 경제전반에 폐해가 클 뿐 아니라 그 후유증도 심각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국경제의 회복시기를 앞당기고 중장기적인 성장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서도 부동산 투기를 차단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무려 26차례나 부동산 가격안정대책을 발표했으나 결과적으로 집값만 올리는 부작용만 낳고 말았다. 이제는 집값이 오르면 억누르는 식의 뒷북 치는 대증요법을 버리고, 시장원칙에 충실한 장기적인 근원대책을 세워야 한다.

가격이 오르는 것은 수요가 많거나 공급이 적어 수급균형이 무너졌을 때 생기는 현상으로 시장의 기본원칙이다.
가격이 오르는 것을 막으려면 수요를 억제하거나 아니면 공급을 늘리면 된다. 아주 간단한 이치다.

우선 아파트 등 부동산 투기수요를 막아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보유에 따른 이익을 내지 못하게 하거나, 부동산을 갖고 있으면 돈을 번다는 기대심리를 없애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동산 보유세 강화는 가장 크게 효과를 낼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이다.

조윤제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지난 5일 참여정부 임기내 부동산 보유세를 지금보다 3배 정도 올리겠다고 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으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진 않다.

더 나아가 다가구 보유자에게 누진세를 적용하는 등 다가구 소유자들이 재산세를 많이 내도록 부동산 보유세제를 개편해야 한다. 아울러 시가의 33% 수준인 과세표준에 세율을 적용하는 현행 재산세 체계를 시가에 대해 일정비율로 과세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에 있는 아파트 소유자가 국세청 기준시가가 비슷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아파트 보유자보다 재산세와 종합토지세를 합한 세금이 4배나 많은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조세의 공평성을 실현하는 취지에서도 반드시 고쳐야 할 부분이다.

양도소득세가 실거래가로 부과되는 투기지역 확대지정 등 양도세 강화 역시 부동산에 대한 가수요를 줄이는 방책이 될 수 있다.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는 투기과열지구 확대는 투자이익을 노린 단기투자를 억제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주택담보 비율을 현행 50%에서 더 낮추는 방안도 단기적 처방책의 하나다. 대출자금을 활용한 부동산 가수요를 줄이고 실수요자들의 대출 비중을 낮추는 전략이다. 이는 부동산 거품이 빠졌을 경우 부동산 가격 폭락이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하는 예방조치도 된다.

돈이란 자고로 이익이 있는 곳이면 몰려들게 돼 있다. 주택시장 과열의 원인이 저금리 추세에다 400조원에 이르는 부동자금에 있는 만큼 부동자금이 다른 대체투자수단을 찾아가도록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컨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내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할 경우 세제 등 여러 혜택을 줌으로써 자금 흐름의 물꼬를 터주는 것이다.

아울러 주택공급 확대도 집값 안정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과 인접한 지역의 신도시 추가건설과 함께 행정수도 이전 지역에 대단위 주거단지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비좁은 국토사정으로 인해 무한정 택지를 늘릴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한 현실적인 공급확대 정책을 펼쳐야 한다. 강북의 교육 및 생활 환경을 강남 못지 않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대규모 강북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공급을 늘리는 한 방법이다. 또 강남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확대하는 대신 다양한 평형의 소형 및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의무화해 주택공급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치솟는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서는 다시 분양가를 규제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이와 함께 분양원가 공개와 이에 따른 원가연동제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건설업체들이 분양가 자율화를 내세워 아파트값 폭등을 부채질하고 궁극적으로 국가경제를 멍들게 하는 일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일본이 부동산 가격급등을 막지 못했다가 결국 거품이 터지면서 10년 넘게 불황의 나락에 떨어진 사실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송계신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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