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한은, 금리인상 딜레마

천상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06 10:11

수정 2014.11.07 13:25


오는 9일 콜금리 결정을 놓고 한국은행이 딜레마에 빠졌다.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 침체를 고려하면 콜금리를 내려도 시원치 않지만,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정부가 치솟는 부동산 값을 잡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한은도 모른척 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실제 6일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0.10%포인트 오른 4.08%를 기록해 금리인상 압력이 가중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한은은 아직까지 금리인상에 대해 부정적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일각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금리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금리 결정이 부동산 문제와 같은 특정 변수에 좌우될 수는 없으며 물가와 경기,실업,국내외 경제환경 등이 더 중요한 변수”라고 강조했다.


한은의 다른 관계자는 “투자와 소비 위축으로 4·4분기 경기회복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를 올린다면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한은은 몹시 난감해 하고 있다.

한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콜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글들이 쏟아졌다.한 네티즌은 “월급 몇십만원 올라봐야 치솟는 집값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가”라며 한은의 통화정책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투기는 다분히 심리적인 것”이라며 “단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만으로도 정부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투기심리는 상당히 수그러들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가 최근 부동산 관련 세금인상 등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점도 한은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가뜩이나 여론이 한은에 등을 돌린 상황에서 정부정책과 따로 논다는 비난을 피하기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한은의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단순히 금리 요인 때문만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저금리와 자금의 단기 부동화가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고 있은 것은 사실이고 이 때문에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 일각에서는 이달중 한은이 콜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성급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그러나 경기회복이 묘연한 상황에서 지금 당장 콜금리를 올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부동산값 폭등과 관련 여론이 악화되고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국가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데다 내년 봄 총선이 예정된 상황이어서 금리 인상 압력은 갈수록 가중될 전망이다.

/ phillis@fnnews.com 천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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