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대폭 줄어든 부당내부 거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07 10:11

수정 2014.11.07 13:25


삼성, LG, SK 등 6대그룹에 대한 부당내부자 거래 실태를 조사한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그룹을 제외한 5대그룹이 6844억원 규모의 지원성 거래를 통해 900억원의 부당 이득을 봤다고 밝히면서 315억7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SK그룹의 287억원, 현대자동차 그룹의 25억원을 제외하면 5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그룹이 없다. 이른바 부당 내부거래가 공정위가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심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위가 ‘반복적인 위법 사례가 없어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번 조사의 특징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에는 형평성 문제와 공정거래 정책 방향에 대한 새로운 점검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선 공정위가 기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는 계좌추적권의 실효성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이번에 LG그룹을 조사하면서 계좌추적권을 발동했으나 별다른 혐의를 찾아내지 못했다. 이번 조사에서 LG그룹에 부과된 과징금이 6800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공정위가 계좌추적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을 낳고 있는 근거다.

공정위는 현대카드사 증자에 참여하면서 평가액보다 비싸게 주식을 매입한 기아자동차, INS스틸에 대해서는 부당지원으로 판정하면서도 ‘카드시장 안정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점을 들어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대북송금과 관련, 특검 수사를 받았다는 이유로 현대상선과 현대아산은 이번 조사대상에서 제외한 반면, 비자금 문제로 검찰수사를 받은 SK의 주요 계열사는 조사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음을 말해 준다. SK그룹이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청산중인 회사에 대한 지원이 시장질서를 훼손한 행위인지 의문’이라고 반발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공정위의 목적은 ‘시장에서 공정거래를 저해하는 행위’를 단속하는 데 있다. 그러나 현재의 공정거래 정책은 경제력 집중을 규제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적지 않은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계좌추적권까지 동원했어도 별다른 혐의를 찾아내지 못한 이번 조사를 계기로 공정위와 공정거래 정책은 업계와 학계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경쟁정책 중심’으로의 변신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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