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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질 고액체납 백태]세금 4억원 안내고 의원·구청장 활동도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07 10:11

수정 2014.11.07 13:24


악질적인 세금 체납자들은 당국의 압류와 경매 등 지속적인 정리에도 불구하고 교묘한 수법으로 세금납부를 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제3자 명의로 재산을 빼돌려 놓고 무재산자라고 강변하면서도 고급 승용차를 굴리고 골프를 즐기며 납세자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0억원 이상의 고액 체납자 188명은 대부분 부도로 회사 정리중이거나 법원 경매가 계속 유찰되면서 체납하고 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다음은 국세청이 최근 한 방송프로를 요약 녹취한 내용의 일부다.

세무사인 A씨는 1억여원의 취득세를 내지 않고 있다. 이유는 세금을 낼 재산이 없어서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의 말을 빌리면 밤에는 ‘찜질방’을 전전하는 신세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부인 명의로 된 시가 5억원에 이르는 70여평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다. 또 승용차도 부인 명의로 에쿠스, 테라칸 등을 사들였다. 차값은 한달에 30만∼50만원씩 할부로 떼넣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업가인 B씨(여)도 6억여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체납자다. 그러나 그는 아들을 유학보내고 남편과 함께 200평짜리 단독 주택에 살고 있으면서 골프장에 즐겨 나가는 사람이다. 서울시가 납부독촉을 하자 공갈협박한다며 오히려 펄쩍 뛰었다.

역시 6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체납자인 C씨도 돈이 없어서 세금을 못낸다고 우긴다. 그는 과거 7층짜리 빌딩에 벤처기업을 3년간 입주시킨다는 조건으로 각종 세금을 감면받았지만 약속을 어기고 1년만에 빌딩을 팔아치웠다.

그는 “사업이 망해서 세금을 내지 못할 뿐 고의로 세금을 안내는 게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의 새 사업체가 입주해 있는 빌딩은 30억원짜리. 그러나 명의자가 동서다. 사는 집 또한 며느리의 명의다. 액면 그대로 믿자면 그는 무일푼이어서 세금을 낼 수가 없는 형편이다.


이밖에 4억여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이 국회의원이나 구청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한편, 지난해 국세의 총 체납액은 14조원8544억원이지만 압류 및 경매 등을 통해 정리하고 남은 미정리체납액은 2조8851억원에 이른다.


국세청 관계자는 “체납자의 금융재산조회를 법으로 제한하고 있는 데다 국세청의 국세통합시스템도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개인별 주식 및 예금 보유현황자료를 체납자 재산조회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맹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john@fnnews.com 박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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