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 5년] <6> 국민·주택 합추위 세미나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08 10:11

수정 2014.11.07 13:23


2003년 9월19일 천안시 안서동 문암산 기슭. 이 곳에 자리한 국민은행 천안연수원(옛 주택은행연수원)이 모처럼 시끌벅적했다.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이 800여명을 훌쩍 넘어섰다. 김정태 행장 등 경영진의 모습도 대거 보였다. 지난 2001년 통합후 ‘한지붕 두가족’으로 살아온 국민 주택은행 노조가 처음으로 공동 체육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틀간의 일정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서먹서먹했던 두 마음을 하나로 묶는데 성공했다. 그간 남았던 서로간의 ‘앙금’도 문암산에 훌훌 털어버렸다.


2년전 이 때도 통합은행 출범을 앞두고 ‘국민 주택은행 합병추진위원회’ 실무진들이 이 곳에 모였다. 연수원 이름만 주택은행에서 국민은행으로 바뀌었을 뿐 그때나 지금이나 주변 풍경은 그대로였다.

2001년 6월22일. 유난히 밤이 짧았던 그 날(夏至). 합추위에 파견된 국민 주택은행 160여명의 직원들이 연수원 세미나실에 ‘비장한’ 각오로 모였다.

그간 준비해 온 미국 유럽 등 해외 합병사례에 대한 벤치마킹 결과를 발표하고 나아가 두 은행의 성공적 합병을 위한 활동방향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러다보니 회의초반부터 두 은행 실무자들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당시 주제발표를 했던 김장희 국민은행 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의 회고.

“이날 행사는 합추위 출범 후 첫 실무진이 ‘살을 맞대는’ 자리였다. 따라서 두 은행간 신경전이 대단했다. 발표자의 내용이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웅성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만해도 합추위가 결성되고 6개월이 흘렀지만 합병작업이 지지부진하던 때였다.”

그러나 이같은 팽팽한 긴장감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세미나가 끝나고 긴장(?)을 푸는 여흥시간이 다가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은행 직원들은 한 테이블씩을 차지하고 앉았다. 그리고 통성명이 오간뒤 한 순배가 돌았다.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의 빗장도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렸다.
박수도 이어졌다. 이튿날 새벽까지 계속된 이날 모임은 미리 준비해 간 320병의 양주를 모조리 ‘동’내고도 모자라 ‘외부조달’까지 이뤄졌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더라도 참석자 1인당 최소 양주 2병 이상을 마신 셈.

김 선임연구위원은 “처음에는 다소 분위기가 어둡고 서먹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며 “그 때의 마음으로 돌아간다면 현재의 어려움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