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10억 만들기’ 신드롬

정보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08 10:11

수정 2014.11.07 13:22


미국 가정의 3.4%에 해당하는 380만가구가 100만달러 이상을 여유자금으로 갖고 있다는 최근 외신보도가 나온 직후 시중에는 10억원 얘기가 심심치 않게 떠돌고 있다. 직장,가정 곳곳에서 10억원을 주제로 한 대화가 등장하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서점가에서도 마치 이를 예측이라도 한 듯 10억원만들기 관련 책자들이 두어 종류나 나와 있어 새삼스레 10억원 신드롬이 번지는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어서 직장 동료들에게 벌었으면 하는 재산의 규모를 물어보았다. 대부분 10억원이라는 대답이 즉각적으로 나왔다. 20대 젊은층과 주부들도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또 다시 질문을 해봤다. 언제쯤 어떻게 그 돈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선뜻 대답을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대부분 씩 웃고 마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들의 힘없는 웃음을 보면서 필자는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들은 결코 10억원을 벌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예언자라서 혹은 점장이라서가 이런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직업의 특성상 돈많은 부자들을 많이 만난다. 대부분 성공한 사업가들이지만 더러는 자영업자들도 있다. 이들을 수년간 취재하면서 이들에게 특별한 그 무엇이 있음을 파악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자질 같은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신감’이다. 성공했다고, 돈을 많이 벌었다고 자신감을 갖춘 게 아니다. 그들은 돈을 벌기 휠씬 전부터 자신감에 넘쳐 흘렀다. 그들이 성공한 데는 세상사람들이 절대적으로 꼽는 풍부한 자금도, 좋은 머리도 결코 아니었다.

반면, 우리의 이웃인 서민들에는 자신감이라는 게 도통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있다면 호언장담일 뿐이다. 자신감이 없다 보니 로또를 통해 대박의 꿈을 꾸는 정도로 자신의 인생을 정의하려 한다. 서글픈 일이다.

서민들이여. 당신들도 10억원을 벌 수 있다. 당신들도 성공한 그들처럼 자신감을 갖추게 되면 10억원 아니, 그 이상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라.

그러나 자심감은 거저 오는 게 아니다. 자신이 노력해서 얻어야 할 것이다. 자신감을 가지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게 있다. 철저한 준비, 풍부한 경험, 유용한 네트워크,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 등… 네가지 요소다.

‘국당’의 장동선 사장에게서 우리는 ‘철저한 준비’를 배울 수 있다. 장사장은 맛이 좋다는 소리만 들리면 당장 그 맛있는 집을 찾아갔다. 우동 국물맛을 배우기 위해 부산의 한 식당에서 온갖 구박을 받으며 한달 여를 무보수로 일한 것은 이 분야 전설로 통한다.

“새벽 6시에 나오라고 해서 식당에 가면 이미 육수를 끓여 놓았어요. 육수 끓이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으려는 속셈이었지요. 한 보름간 골탕을 먹다가 하루는 새벽 4시에 식당을 찾아갔지요. 전날 밤12시까지 일하고 두어시간 자고 가니 주인이 깜짝 놀라더군요.”

그는 이런 식으로 국내에서 최고라는 돈가스소스, 냉면소스, 메밀소스 비법을 배웠다. 그런 다음 그는 1일 매출 100만원 이상인 분식점을 4개 운영하고, 20여개의 가맹점을 둔 분식체인 본사 사장이 되었다.

김철윤 사장의 경우 다양한 경험이 자신감의 원천이다. 군대를 갓 제대한 지난 87년부터 장사를 시작, 가게를 여는 족족 성공시켰다. 그는 당구장, 카페 등 32번에 걸친 장사경험을 토대로 ‘해리코리아’라는 이벤트 주류전문점 프랜차이즈를 세워 백만장자 클럽에 가입했다.

‘베스트오피스’ 경기 안산점을 운영하는 신왕무 사장은 네트워크를 활용한 케이스다. 신사장은 전 직장에서 확보한 영업라인을 적절히 활용, 30평의 매장에서 월 1억4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고소득자가 되었다.

포기하지 않는 정신에 대해서는 백만장자가 아니라 억만장자로 생을 마친 맥도널드 창시자 레이크 록의 말을 빌려보자.

“재능도 소용없다. 우리 주변에 재능있는 실패자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살펴봐라. 물론, 학력도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고학력을 지니고 있으면서 낙오된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오직 끈기와 경험만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게 맥도널드 레스토랑을 일궈낸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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