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진기자의 Movie inside] 외국 자본유치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09 10:11

수정 2014.11.07 13:21


지난달 29일, ‘와호장룡’과 ‘영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홍콩 에드코 필름이 곽재용 감독의 신작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에 제작비 전액인 40억원을 투자하기로 밝혀 화제가 됐다.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빌 콩 에드코 필름 대표는 “‘엽기적인 그녀’ 등 한국영화를 배급하면서 한국영화의 우수성을 발견했다”며 “기회가 되면 한국영화 제작에 참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 영화가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전지현과 장혁을 내세웠고 시나리오도 탄탄하다며 흥행 가능성을 점쳤다.

물론 제작비 전액지원이 지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8월 개봉한 ‘플라스틱 트리’도 프랑스 RG프린스 필름으로부터 제작비 전액인 14억원을 지원받은 바 있다. 어쨋든 해외영화사 투자는 일단 우리 영화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외국제작사로부터 제작비를 전액 지원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영화의 흥행가능성을 높이 산다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잔치분위기에 빌 콩 대표는 일침을 가했다.

“아시아에서 한국영화는 뛰어난 평가를 받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국영화가 ‘한국’이라는 좁은 틀을 깰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그가 운영하는 에드코 필름은 ‘와호장룡’ ‘영웅’으로 아시아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흥행돌풍을 이뤄낸 바 있다. 와호장룡은 전세계적으로 5억달러 이상을 벌여들였고 영웅은 중국에서 800만명이 관람했으며 미국에서도 1억달러 이상의 흥행수익을 냈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영화가 최근 몇 년 사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한 건 사실이지만 자국 감독과 배우가 출연한 영화로 할리우드에 당당히 진출한 중국영화와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혹시 이번에도 삼페인을 먼저 터트리는 우를 범하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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