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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테마상가 미분양 속출

이정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10 10:12

수정 2014.11.07 13:18


서울 ‘동대문 신화’의 바람을 타고 최근 1∼2년새 공급된 수도권 및 지방 주요 도시의 테마상가들이 급격한 상권위축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사업시행사들이 사업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무차별 물량공세를 펼친 결과로 공급과잉에 따른 후유증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및 지방 대도시에 분양된 테마상가들이 대부분 극심한 미분양과 공실률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절반 이상 빈 상가 ‘수두룩’=경기 안산시에 공급된 테마상가 ‘네쌍스’와 ‘스타맥스타워’는 분양을 시작한 지 2년이 넘도록 절반 정도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수원 남문 근처의 ‘베레슈트’와 ‘디자이너클럽’ 역시 분양률이 50%를 넘지 못한 상태다.

대구 시내의 디자이너클럽, 베네시움, 스펙트럼시티의 경우 1층 상가에만 입점해 있다시피하는 등 사실상 폐업 상태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부산 태화백화점을 리모델링해 재분양중인 패션몰 ‘쥬디스태화’는 분양이 신통치 않자 매장을 통째로 임대로 전환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중이다. 부산지역에서는 이밖에 3년 전에 오픈한 ‘지오플레이스’와 ‘네오스포’가 이미 사업을 접은 상태다.

동대문 신화의 주역인 밀리오레가 분양한 수원, 대구, 광주, 부산의 테마상가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밀리오레는 대략 20∼40% 정도가 빈점포로 남아 있는 상태다.

특히 임대분양 중심으로 운영되던 밀리오레의 경우 임대실적이 저조하자 수원점 등 일부 상가는 아예 등기분양으로 전략을 선회했을 정도다. 밀리오레 관계자는 “임차수요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기존의 임차상인들 역시 영업위축에 따라 임대료를 내기가 벅차 어쩔 수 없이 등기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탕주의 노린 공급과잉 탓=테마상가 시장의 침체는 무엇보다 상가 개발업체들의 한탕주의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동대문 패션상가의 성공신화만 벤치마킹해 지역적인 특성을 따지지 않고 무분별한 분양을 일삼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 소비층이 넓지 않고 서울에 비해 투자 목적의 수요층이 없어 영업 목적의 순수한 상인들 외에는 실수요층이 얇다는 것도 지방 상가의 실패 원인으로 꼽힌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개발업자들이 해당 지역의 상권에 대한 전망과 입점 이후의 체계적인 상가운영에 대한 고려 없이 ‘일단 팔고 보자’는 식의 무차별적 상가공급 행태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며 “선의의 피해자들만 양산하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내년부터 상가의 건축허가 관련규정이 후분양제로 바뀌게 됨에 따라 이를 피하기 위한 신규 테마상가 공급이 잇따를 전망이어서 공급과잉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 sunee@fnnews.com 이정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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