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노대통령 ‘재신임 발표’의미와 전망] 국정혼란 정면돌파 ‘초강수’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10 10:12

수정 2014.11.07 13:18


노무현 대통령이 10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SK비자금 수수사건과 관련, “재신임을 묻겠다”며 ‘폭탄선언’을 한 것은 사실상 ‘대통령직 중간평가’를 받겠다는 것을 공식 선언한 것으로 국가적인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집권 8개월여 만에 터져나온 노대통령의 이같은 ‘초강수’는 극단적인 국정혼란 상황에서 국민적 재신임이라는 ‘정면돌파’를 통해 국가적 혼돈상태를 정리하고 강력한 국정운영의 추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집권 초기에 ‘재신임’을 받겠다고 밝혀 국론분열과 경제난 심화 등 국정혼란이 더욱 심화되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우려도 없지는 않다.

노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최도술씨 문제를 포함해 그동안 축적된 국민 불신에 대해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재신임 방법에 대해 “국민투표를 생각해 봤는데 거기엔 안보상 문제라는 제한이 붙어 있어 그것이 재신임 방법으로 적절할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어떻든 공론에 부쳐 적절한 방법으로 재신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또 재신임과 관련, “공론에 부치고 싶지만 국정에 미칠 영향이 가장 적은 시점이 적절하다고 본다”며 “그러나 시기가 늦더라도 총선 전후까지는 재신임을 받을 것”이라며 아무리 늦어도 내년 4월을 전후해 재신임절차를 거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노대통령도 ‘국정공백’ 비판을 의식한 듯 “재임하는 동안은 최선을 다하겠다. 기존에 해온 국정방향과 원칙을 조금도 흐트리지 않고 책임을 다하고 국정혼란과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책임총리제’ 취지에 따라 고건 총리에게 더 많은 권한과 역할을 부여할 뜻을 시사했다.

노대통령이 이같은 ‘초강수’는 그동안 무엇보다 도덕성을 역대정부와 차별성으로 내세워왔는데, 최근 386측근인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금품수수설,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의 SK비자금 수수의혹과 관련, 국민적 의혹이 증폭돼 참여정부 정통성의 핵인 도덕성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 등 잇단 ‘악재’를 정면 돌파하지 않고서는 국정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노대통령은 회견에서 “도덕적 신뢰만이 국정을 이끌 밑천인데 이런 상태로는 국가를 운영하기 어렵다”며 “모든 권력수단을 포기했다”며 이같은 뜻을 분명히 했다.
노대통령은 나아가 “이런 상태로 어정쩡하게 1∼2년 국정을 이끄는 것은 국민에게 많은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가든 부든 상황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것이 국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국민적 심판을 통해 사면받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 ‘재신임’을 통해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도 있다.


노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한나라당이 즉각 “내년 총선 때 자기가 만든 당에 안정의석을 확보해달라는 선거전략 차원이라면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계하고 나선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 seokjang@fnnews.com 조석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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