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재신임 ‘유감’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12 10:13

수정 2014.11.07 13:16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하는 시대가 온 것 아니냐.”

노무현 대통령이 불과 집권 8개월여 만에 재신임을 묻겠다고 하자 그 충격에 허탈해하는 국민들이 많다.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스스로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다는 상황을 놓고 국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대통령은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SK비자금 수수의혹과 관련된 국민적 불신을 재신임 사유로 들고 있으나 그다지 공감을 얻지 못한 게 사실이다.

우선 최도술씨 본인은 “단 한푼도 받은 적이 없다”며 검찰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노대통령이 그것을 이유로 재신임을 묻는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노대통령이 밝힌 그동안 축적된 국민적 불신의 문제도 그렇다.
노대통령 취임 초부터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딴죽걸기’가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큰 장애가 됐음은 충분히 인정한다. 그러나 이런 장애를 스스로 극복하고 국민적 신뢰를 쌓아가는 것 자체가 대통령의 리더십이다. 국민으로부터 국정의 무한책임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스스로 국민적 불신을 이유로 또 다시 신임을 물을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또 국정공백의 우려는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노대통령은 재신임 과정동안 국정에 공백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쓰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불확실한 정치상황으로 외국인투자가와 국내 기업들이 투자를 머뭇거리게 되고 결국 국가 신인도 저하와 함께 경제불안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대통령의 진퇴를 가를 수 있는 국가 중대사를 대통령 독단으로 결정함으로써 “시스템이 2인자”라는 참여정부의 ‘공언’을 스스로 부인했다.

“대통령은 감기들 자유도 없다”는 말은 대통령의 무한책임론을 강조하는 말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지도자이고 정책결정의 최고책임자다. 그런 대통령이 누가 요구하지도 않은 재신임 문제를 들고나와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대통령과 일반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잣대가 다르다는 걸 노대통령은 깨달아야 한다.

/ seokjang@fnnews.com 정치경제부 조석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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