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해운업계 ’호황속 불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13 10:13

수정 2014.11.07 13:15


해운업계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맞았지만 정작 국내 해운업체들은 배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자체 보유선박보다 용선(빌리는 배) 비율이 높다보니 호황을 만끽하지 못하는 것이다. 선박을 많이 갖고 있는 그리스와 북유럽 선주들은 반면 밀려드는 주문에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곡물, 철광석 등을 실어나르는 벌크선(건화물선) 운임지수(BDI) 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컨테이너선 지수도 기준치를 훨씬 넘어서면서 해운업계에 ‘선박 수배령’이 내렸다. 화물은 넘쳐나는 데 배가 모자라 운임지수가 폭등하고, 선박 임대료도 ‘천정부지’로 솟고 있어 국내 해운업계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 외환위기때 정부가 부채비율을 200% 아래로 떨어뜨리도록 주문해 해운업체들이 보유 선박을 팔아치웠기 때문에 호황이 와도 ‘그림의 떡’일 뿐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우리나라 해운업계 전체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각각 140여척과 80여척(2∼3년에서 10년까지 장기로 빌린 선박 포함)을 보유하고 있다.
두회사가 짧게는 보름에서 5∼6개월 단위로 빌리는 단기용선은 보유선박의 곱절 가까이 된다.특히 물량이 들쭉날쭉한 벌크선의 경우 80% 이상이 단기용선이다. 배 운임료가 올라가 좋지만 한편으론 화물을 눈 앞에 두고도 배가 모자라 실어나르지 못하고 있다. 지금 조선업체에 배를 새로 주문해도 1년반 뒤에나 받아볼 수 있다. 때문에 어떻게든 싼 가격에 배를 빌리는 것이 관건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한진 현대 모두 각각 5척의 배를 발주하려는 중”이라며 “그러나 당장 배를 확보해야 해 선사들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주종이 벌크선인 범양상선의 경우 배가 아파올 정도다.
지난 2001년 9?^11 테러이후 840포인트까지 폭락한 벌크선 운임지수가 3000포인트를 돌파하는 마당에 배가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범양상선 관계자는 “용선의 비중이 전체의 75%가량 된다”며 “그동안 경기가 나빠 화물을 먼저 잡아놓은 뒤 배를 대는 방식으로 영업해 온 탓에 배가 모자라는 요즘같은 때엔 용선료가 올라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신승식 부연구위원은 “해운업계가 호황이라지만 우리업체들은 IMF때 선박량을 반 이상 줄이는 바람에 재미를 못보고 있고 돈은 그리스나 북유럽 선주들이 가져가고 있다”며 “그러나 호황이라고 해서 섣불리 선박을 발주해서는 안되며 내년 상반기면 선박 수급이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fairyqueen@fnnews.com 이경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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