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처리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의 분식회계를 문제삼고 있다. 보통 분식회계는 매출액을 과다계상 한다거나 당기순이익을 부풀리는 경우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정반대다. 우리은행이 너무 보수적으로 회계처리를 하는 바람에 정당한 이익규모가 축소됐다는 것이 우리금융측의 주장이다.

우리은행은 부실자산의 처리를 위해 지난 2000년에 걸쳐 유동화전문회사(한빛SPC)를 설립하고 부실자산을 매각했다. 현재 한빛SPC의 모든 선순위채권은 상환됐고 아직 남아있는 후순위채권은 모두 우리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또 SPC내 기초자산(부실자산)의 상당부분이 현금으로 전환돼 2·4분기말 현재 약 7032억원의 자산중 4932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SPC가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은행은 보유하고 있는 후순위채권을 감액손실 처리했다. 또 이 채권에 대한 상환보장유보금(CR)에도 충당금을 설정, 2·4분기에만 최소 1983억원의 이익을 과소계상했다.

굳이 쌓지 않아도 될 충당금을 적립하는 바람에 이익이 줄었다는 게 우리금융의 주장. 반면 우리은행은 보수적으로 회계처리를 하다보니 이익이 줄어든 것일 뿐 큰 문제는 없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모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처리 방식에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어차피 연말에는 이 부분이 똑같이 적용되는 만큼 늦게 반영하나 일찍 반영하나 큰 차이는 없다”며 “이번 사태는 양측의 깊어진 갈등의 골이 회계투명성을 빌려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SPC(Special Purpose Company)는 금융기관에서 발생한 부실 채권을 매각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설립하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로 채권 매각과 원리금 상환이 주요 업무이며 부실채권 처리 업무가 끝나면 자동으로 해산된다.

/ [e-mail] 천상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