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금융지주사와 은행의 갈등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14 10:13

수정 2014.11.07 13:13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회사와 자(子)은행인 우리은행간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이 갈등은 우리은행이 충당금을 과다하게 적립하는 바람에 2·4분기 이익이 1983억원이나 줄어든 데서 비롯되었다. 우리금융 입장은 지나칠 정도로 보수적인 회계처리로 정당한 이익을 축소한 것은 양해각서(MOU) 위반이라고 지적하면서 은행장에 대해서는 엄중 경고, 기획담당 부행장과 신용관리 담당 부행장에 대해서는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측은 보수적 회계처리는 외환위기 이후 정착된 정부와 은행의 기본방침이라면서 정부당국의 회계처리 유권해석이 나올 때까지는 징계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가 된 이익 과소계상은 회계기준의 문제일 뿐 결코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또 2·4분기에 과소 계상되었다 하더라도 연도말 결산에는 과다적립한 충당금이 그대로 이익에 환입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사태의 표면적 단초는 회계기준 문제이지만 그 배경이나 이면에는 다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우리금융지주회사는 2단계 금융구조조정과 연계하여 2001년에 출범했다. 산하에 우리은행을 비롯한 3개 은행과 증권, 신용카드 등 8개 금융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에 가깝다. 이로 인해 지주회사 출범 때부터 주도권 문제로 불협화음을 빚어왔다. 우리금융 경영진의 대부분이 외부 영입인사인데 비해 우리은행은 전신인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이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지주회사와 자은행간의 갈등은 경영총괄과 구조조정에 효과적이라는 금융지주회사의 순기능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익 축소로 불거진 이번 징계사태가 단순히 회계기준상의 이견으로 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히 회계기준상의 이견이라면 문제가 징계여부로 확대되기 이전에 내부적으로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회사나 우리은행은 공적자금 상환이라는 절대 명제를 안고 있는 대표적인 금융기관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대주주와 자은행간의 갈등과 반목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 원만히 수습할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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