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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삼성물산 양권열 환경팀장

김종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14 10:13

수정 2014.11.07 13:13


‘부산·진해 신항만’ 건설지역에서 지난해부터 깔따구와 해충들이 창궐하자 공사현장 인근 부산시 녹산동 및 진해시 안골동 주민과 상인들의 원성 섞인 민원들이 잇따랐다.

신항만을 건설하고 있던 삼성물산(건설부문)과 부산신항만㈜은 다급하게 경상남도 보건환경연구원과 대학, 연구기관, 언론사 등에 퇴치방법을 의뢰하고 수천만원을 들여 살충제를 살포하는 등 대책에 나섰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깔따구와 해충을 하루 80㎏짜리 포대로 18자루씩 퍼내야만 했으니 건설사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부산신항만㈜의 컨소시엄 주간업체인 삼성물산의 양권열 환경팀장(39)이 사비를 들여 새끼 청둥오리 30마리를 구입해 호수에 방류하면서부터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발상의 전환이 민원을 잠재우고 해충퇴치 되던 날, 양 팀장은 ‘깔따구 해결사’로 불쑥 떠올랐다.

문제의 매립지는 부산신항을 건설중인 삼성물산이 공사중 발생한 준설토를 활용해 컨테이너 터미널 배후부지로 만들기 위해 조성했는데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습지가 모기, 깔따구, 흑파리 등의 좋은 서식처가 됐던 것.

양팀장이 사들여 투입한 청둥오리는 무려 100만㎡에 달하는 습지를 돌아다니며 유충을 먹어치웠고, 이를 본 제비, 도요새 등 야생 조류들도 잇따라 몰려와 수천마리가 해충 퇴치에 ‘공조’하기 시작했다.


이같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둠에 따라 삼성물산은 추가로 120마리의 청둥오리를 방류했고, 지난해 초여름부터 습지를 하얗게 뒤덮었던 유충들이 올해는 거의 사라져 더 이상 민원도 생기지 않게 됐다.

한번에 수천만원의 방제비용을 들여서도 퇴치할 수 없었던 해충을 기발한 아이디어와 새끼오리 구입비 수십만원으로 말끔히 사라지게 한 것이다.


양팀장은 “여름내내 깔따구와 모기 등 해충들로 고생한 인근 마을 주민들을 위로하는 뜻에서 해충들이 나오지 않는 겨울철에 다 자란 오리를 기증했다”며 “오리 사육은 비용면에서나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더할 나위 없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 jongilk@fnnews.com 김종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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