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 5년] <8> 국민은행-초대형은행의 출범, 김정태의 ‘글로벌 뱅킹론’

천상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15 10:13

수정 2014.11.07 13:12


경기침체와 가계 및 기업여신의 부실화 등으로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은 어려운 한해를 보내고 있다.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최근에는 내부자 정보를 이용, SK증권 주식을 처분한 혐의로 담당 임원이 검찰조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자사주 매입기간중 스톡옵션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징계를 받았고, 건강상의 문제로 2개월가량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그러나 김행장은 복귀하자마자 조직개편, 점포폐쇄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해 흐트러진 분위기를 다잡는 한편, 인도네시아 현지은행 인수 추진 등 강력한 카리스마를 되찾았다. 그에게서 향후 은행산업의 전망과 국민은행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인수를 추진중인 것으로 안다. 국민은행의 국제화 전략은 무엇인가.

▲개방화와 국제화는 은행경영의 기본전략이 됐다. 외환위기 이후 내부 추스르기에 집중했던 국내 은행들이 이제는 국제화에도 전략적 비중을 둬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국민은행이 글로벌 플레이어(Global Player)가 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 씨티은행이나 HSBC처럼 전세계를 커버하기에는 힘이 달린다. 따라서 우선 리저널 플레이어(Regional Player)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인도네시아 6위 은행인 BII은행 인수 추진도 이같은 맥락에서 진행하고 있다. 현재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곳은 모두 3곳이다. 만약 인수에 성공하면 국내 최초로 해외은행을 갖는 사례가 된다. 물론, 해외은행 경영이 처음이라 실패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참여지분이 많지 않은 만큼 리스크는 크지 않다.

―현재 국민은행의 장점과 단점은. 또 기회요인과 위협요인은 무엇인가.

▲국민은행은 최대 장점은 국내 최대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방대하고 효율적인 채널을 보유하고 있으며,가계금융과 주택금융관련 데이터베이스와 정보 보유 등에 있어서도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 소매금융에 따른 취급손비의 상대적 과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공통적인 과제인 기업관련 자료 및 정보의 부족, 선진적인 금융기법과 역량의 미비 등의 단점을 지닌 것도 사실이다.

가계금융의 비중이 높았던 국민은행의 특성 하에서 선두주자로서 많은 성과를 올렸지만 대내외 경제여건의 악화, 다른 금융기관의 가계금융 추종전략 등으로 현재, 이 부문이 풀어야 할 현안과제 또는 위협요인이 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호된 경쟁과 시련을 통한 시장의 결과는 진정한 강자를 식별해 줄 것으로 믿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위협요인을 한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활용할 것이다.

―지주회사로의 전환에 대해 고려하고 있는지.

▲기본으로 지주회사 방식은 나쁘고 자회사 방식만 좋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지주회사방식으로 전환하거나 자회사방식으로 외형을 확충하기에는 역량과 내실이 아직 부족하다. 고객기반, 네트워크 및 정보 기반, 금융기법 등에 대한 조직 역량 등도 제대로 충족돼 있지 못한데 단순히 더하기 방식의 지주회사 접근법은 위험이 크다.

따라서 일단 기반과 역량을 강화해 내실 있는 큰 덩어리를 만든 다음에 이를 다시 재구축하는 단계로 나아갈 것이다.

―민영화 일정은 차질 없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정부가 보유중인 국민은행 지분(9.33%) 매각을 위해 최근 주간사를 선정함에 따라 민영화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때맞춰 주가도 올라 다행이다. 그러나 해외 투자가를 물색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대부분 경영권을 원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량으로 지분을 매각할 경우 매각 가격이 상당부분 할인되는 경향이 있어 협상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전략적 제휴처를 찾기도 여의치 않다.

만약 정부가 매각처를 찾지 못한다면 국민은행이 자사주 형태로 매입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 등으로 6000억원은 조달해 놓은 상태다.

―향후 은행산업에 대한 전망은.

▲선진금융구조를 보면 3∼4개의 선도은행 체제를 형성하면서 발전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민·우리·하나·신한+조흥은행 등 ‘빅(Big) 4’ 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의 규모가 작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작은 나라이므로 전략적 특화를 이루어야만 시장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가계 및 기업대출 연체율이 높다.

▲전세계적으로 고정이하여신 문제가 요즘처럼 심각한 상황이 없었기 때문에 이를 처리하기 위해 모든 나라, 모든 은행들이 고심하고 있다.

부실이라는 것은 물이 담겨있는 항아리의 불순물 같은 것으로 부실이 너무 많으면 이 물을 마실 수 없다. 부실 처리문제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정수를 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새로운 물을 더 부어 탁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선 새로운 물을 부어 넣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정수하는 방법과 새로운 물을 부어 넣는 방법 모두를 사용하고 있다.

―합병 후 옛 주택은행과 국민은행 직원간 완전융합에 성공했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는데.

▲지방 지점의 경우 화학적 융합이 거의 마무리됐지만 본사 중심으로 ‘패거리 문화’가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완전한 화학적 결합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너무 초조해 하거나 사소한 갈등문제를 침소봉대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주택은행의 경우 문화, 사업영역 등의 유사성으로 인해 다른 통합 경우보다 문제가 크지 않을 것이다.

다만 조그만 문제라도 이른 시일 내에 극복하기 위해 인적자원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직원번호 체계를 바꾸는 시스템적 변화, 리더십과정 연수 등을 실시한 것이 바로 그러한 사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일을 함께 하면서 융합하는 것이다. 공통의 목표를 향해 함께 고민하면서 서로를 발견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각 영업점, 각 부서의 교차배치가 완전히 이뤄져 내부적 통합이 진행중이다.

―국민은행의 향후 비전은.

▲국민은행의 비전은 금융산업의 진화방향, 고객의 니즈 변화 방향, 우리의 역량 강화 단계, 국민경제적 기능과 역할 목표 등에 따라 동태적으로 진화해 나아가고 있다.


국민은행의 목표는 ‘아시아 최고의 효율성을 시현하는 소매금융을 중심으로 한 멀티스페셜리스트(Multi-specialist)’다.

과거 소매은행이 주력했던 지급결제서비스, 신용공여서비스 외에 자산관리서비스, 고객 위험관리서비스를 강화해 진정한 소매 금융 서비스 기관의 면모를 갖추고자 한다.


다만 Multi-specialist 은행은 소매금융서비스 중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문은 직접 생산하고 나머지는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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