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김쌍수 부회장 LG전자 부임이후…“용장 왔다”…변혁의 바람

홍순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15 10:13

수정 2014.11.07 13:11


새 CEO에 김쌍수 부회장(58)이 선임된 LG전자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흡사 진군나팔을 불기 직전의 전장터처럼 새 사령관의 돌격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는 분위기다. 각 사업부서의 팀장급 간부사원들 입에서는 “이젠 죽었다”는 말이 절로 흘러나온다.

김쌍수 부회장은 그룹내에서도 정평이 나있는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업무 추진력을 갖춘데다 해당 실무자보다 더 자세히 사업내용을 알고 있는 ‘쪽집게 CEO’이기 때문이다.

김부회장은 지난 1일 CEO로 부임하자 마자 DDM(디지털 디스플레이& 미디어)사업부와 정보통신사업부의 생산현장을 둘러봤다.

DDM사업부는 TV모니터, DVD플레이어, 오디오 등을 생산·판매하는 부문으로, ‘가전=김쌍수’라는 공식이 적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그에게 다소 생소한 사업부서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 부회장은 공장방문에서 현장 관계자들에게 “DA(가전)사업부의 연간 이익률은 10%를 상회한다. DDM사업부도 조만간 두자릿수 이익률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

이미 예상한 일이었지만, 해당부서에는 비상이 걸렸다.

가전업계의 두자릿수 이익률은 뼈를 깎는 원가절감 노력과 함께 영업조직의 일대변혁이 아니고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라는 게 업계의 상식으로 통한다.

실제 LG전자의 DA사업부를 제외하고 세계적으로 10% 이상의 이익률을 내는 곳은 많지 않다.

김 부회장은 현장방문 이후 곧바로 구본무 LG회장 등 한 회장단 일행과 동행해 중국 난징 디스플레이 사업장 방문길에 올랐다.

LG전자의 미래가 달려 있는 난징을 방문, 중국 등 글로벌 사업구상을 위해서다.

김쌍수 부회장은 LG전자의 백색가전 신화를 창조한 주인공이다.

지난 69년 LG그룹 공채로 입사해 냉장고·TV 등 가전제품을 만드는 현장에서만 줄곳 35년 동안을 보냈다.

때문에 그에게는 ‘가전업계의 달인’, ‘야전 사령관’ 등의 별명이 따라 다닌다. 또 그의 카리스마와 이름을 빗댄 ‘Twin Knife(쌍칼)’이라는 애칭도 있다.

LG의 에어컨과 전자레인지가 세계 1위 시장점유율을 달리기까지는 ‘김쌍수식 경영혁신’이 주효했다.

국내기업으로는 처음으로 6시그마를 도입, 생산현장의 혁신을 주도했고 TDR(Tear Down & Redesign)활동을 벌여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TDR이란 ‘기존의 모든 프로세스를 완전히 찢고 새롭게 설계한다’는 뜻으로, 처음부터 잘못된 것은 끝내 좋은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 아이디어를 내 제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LG전자 직원들은 지장(智將) 구자홍 회장의 바통을 이어 용장(勇將) 김쌍수 부회장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조직 전반에 일대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영업·수출부서가 강화될 것이 분명하고 기존의 경영혁신 프로그램이 보다 강력히 실시될 것이란 분석이다.


LG전자의 모 부장은 “김부회장은 이미 구 전회장과 투톱으로 경영에 참여해 왔기 때문에 회사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며 “조직의 새바람은 충격이 아닌 신선한 변화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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