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게 쪄낸 털게가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군다. 등딱지를 까고 다리를 북 뜯으면 김 모락모락 나는 새하얀 살이 가득하다.
게의 종류는 전세계적으로 2000여종으로 그중 바닷게인 왕게·털게·꽃게·방게·닭게와 참게로 알려진 민물게가 식용으로 사용된다. 게는 단백질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에게 훌륭한 영양식이 될뿐만 아니라 지방함량이 적고 소화가 잘돼 회복기 환자나 성인병 환자,노인들에게도 건강식으로 좋다.허준의 ‘동의보감’에도 게는 ‘몸의 열기를 푼다’라고 나와 있다. 특히 게에는 독특한 감칠맛을 내는 글리신이나 알긴 타우린 등의 성분이 들어있어 각종 찌개류의 부재료로도 많이 쓰인다.
게 하면 꽃게를 연상하지만 가을철에 어울리는 것은 털게다. 털게는 꽃게와 더불어 사랑받는 게 요리로 손꼽힌다.이중에서도 중국의 상하이 털게가 유명하다.옛 중국 시인들이 강둑에 앉아 보름달을 뒤로 하고 시를 읊으며 즐겼다는 상하이 털게는 깨끗한 강과 호수 또는 조수 간만의 차가 있는 만에 서식하며 온 몸이 털로 덮여 있는 특징이 있다. 황금빛 알이 가득 찬 암게는 9월 말부터 10월까지, 부드러운 속살이 감칠맛 나는 수게는 11월이 제철이다. 상하이와 홍콩,싱가포르 지역에서는 이맘때면 샹하이 털게를 맛보기 위한 매니아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털게는 뭐니뭐니 해도 약간의 소금을 쳐서 통째로 쪄낸 찜이 일미다. 미식가로 유명한 중국의 원매도 ‘게는 그것만으로 먹는것이 좋다. 다른것과 섞어서 조리할것이 아니다’라고 했다.털게찜을 잘 하려면 게를 물에 삶지 않고 ‘스팀식’으로 쪄내야 한다. 솥에 물을 조금만 붓고 (게한마리당 물 반컵)배쪽이 갈색으로 그을릴 정도로 바짝 굽는다. 일체 간은 하지 않되, 마늘과 생강을 약간씩 넣어 찌면 별미가 된다. 특히 게에서 물이 나오니까 물은 조금만 하고,15분 만에 재빨리 쪄내야 한다.센불에서 확쪄야지 은근히 찌면 맛이 떨어진다.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중식당 ‘산수(山水)’는 상하이 양정호에서 잡아올린 신선한 털게를 다양한 요리로 선보이고 있다.
상하이 양정호에서 살아있는 암게만을 직수입해 ‘털게찜’, ‘털게와 상어지느러미 스프’, ‘털게알 새우 볶음’, ‘털게 버섯 볶음’등 저녁 메뉴로 즐길 수 있다. 털게찜은 드라이화이트와인(달지않은 와인)과도 잘 어울리는 요리다. 이번주말에는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을 위해 게찜을 하고 와인으로 분위기를 잡아 보는것도 좋을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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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h@fnnews.com 유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