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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철의 ‘필드메일’] ‘그린의 악동’ 길들이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16 10:14

수정 2014.11.07 13:10


지난 12일 끝난 코오롱한국오픈에서 350야드를 훌쩍 넘는 괴력의 장타를 앞세워 우승컵을 차지한 존 댈리(미국)는 ‘그린의 악동’으로 유명하다.

이런 탓에 코오롱한국오픈대회 주최측은 댈리를 초청하면서 적잖은 고민과 염려를 했다는 후문이다. 15만달러의 초청료를 지불하고 데려온 댈리가 ‘악동’의 본색을 드러낼 경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대회 주최측은 초청 계약서에 이례적으로 단서 조건을 다는 안전장치를 하고서야 최종 초청 사인을 했다. 단서조항에는 ‘반드시 성실하게 임할 것’ ‘대회 준비에 충실할 것’ ‘프로암대회에 출전할 것’ ‘프레스 운영에 협조할 것’ 등 ‘탕아’의 탈선방지를 위한 특별 주문을 따로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사생활은 물론 대회 기간중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식 돌출 행동으로 대회 관계자들을 긴장시키며 종종 토픽을 장식하고 있는데 따른 예방책이다.
예로 댈리는 지난해 11월 20만달러의 초정료를 받고 출전한 호주 프로골프선수권대회에서 그의 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댈리는 호주오픈 2라운드에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자신의 퍼터를 연못에 던져 버리고 스코어카드에 서명도 않은채 말없이 대회 장소를 떠나 버렸다. 댈리는 5600달러의 벌금을 내는 것으로 문제를 마무리 했지만 그의 기행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이전에도 그는 두차례의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며 재활센터 신세를 지기도 했고 마약복용 혐의, 도박?^여자문제 등 문란한 사생활은 PGA챔피언십(91년)과 브리티시오픈(95년) 등 메이저대회서 2승을 거둔 그의 명성만큼이나 유명하다.


계약 단서조항의 약발이 먹힌 셈일까. 아니면 그가 거듭난 것일까. 이번에 내한한 댈리에게서 ‘악동’의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는 ‘성숙한 챔피언’이었다.
댈리의 향후 행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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