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생보사 상장, 정부소신 있었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19 10:14

수정 2014.11.07 13:06


15년 가까이 끌어온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상장이 다시 유보됨으로써 생보사의 상장문제는 이제 기약없는 영구미제의 안건으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 역시 기업과 시민단체의 이해집단간 갈등 조정에는 정부의 소신과 노력이 역부족임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생보사 상장문제의 핵심은 이들 두 회사가 상장을 전제로 지난 89년과 90년에 각각 자산을 재평가한 뒤 내부에 유보한 703억원과 878억원어치 주식의 상장 후 차익이 누구 것이냐에 달려 있었다. 법대로라면 이들 생보사가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내부 유보 자산의 상장 후 차익은 당연히 주주의 몫이라는 회사측의 주장이 맞다. 그러나 생보사는 상호회사 성격을 갖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상장 후 차익은 보험 가입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생보사의 상장문제는 처음부터 서로 다른 이러한 주장을 어떻게 조정해서 합의점을 찾아내느냐에 있었다.
그런데도 정부가 수개월 동안 그 접합점을 찾지 못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과연 정부가 생보사 상장에 관한 소신이나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구성한 자문위의 권고안을 아예 받지 않기로 한 것은 물론 자문위의 수익배분 검토보고서조차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 자체가 이러한 정부 태도에 의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한 것들이다. “생보사들이 현재로서는 상장의사가 없는 것으로 파악돼 상장에 관한 자문안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금융감독위원회의 해명도 석연치 않다. 정부가 상장차익 배분안을 마련, 내놓았으나 회사측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무기력하게 물러선 것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정부는 합의 도출이 안된다면 입법을 통해서라도 상장의 길을 트는 적극적 자세를 보였어야 한다.

이제 생보사의 상장이 무산됨으로써 정부는 삼성자동차의 부채상환용으로 채권단이 갖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 처리문제와 상장조건으로 유예됐던 이들 두 회사의 5000억원이 넘는 법인세, 교보생명 주식매각 등 많은 과제를 스스로 떠안게 됐다.
정부는 생보사 상장에 대한 확고한 해결 의지만이 이 난제들을 풀어나갈 열쇠임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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