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신용구제’ , 당근과 함께 채찍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20 10:15

수정 2014.11.07 13:05


산업은행과 LG투자증권의 주관으로 또 하나의 다중채무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이로써 신용불량자 지원 프로그램은 신용회복지원위원회(3억원 이하 다중채무자 대상), 자산관리공사(손실처리한 부실채권 관련 채무자 대상), 개별 금융회사 등 네 개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여러 채널의 대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신용불량 문제가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각 금융기관은 부실채권을 신용불량자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자산관리공사 또는 산은과 LG투자증권이 설립한 자산유동화 전문회사에 넘기면 그것으로 일단 문제가 해결되는 이점이 있으며 다중채무를 진 신용불량자 개개인은 일정 비율의 원리금 탕감, 상환기간의 연장, 빚 독촉을 받는 창구가 단일화되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각 프로그램이 제시하고 있는 빚 탕감 규모의 차이가 현격하다는 점이다. 자산관리공사가 주도하는 프로그램은 원리금의 70%까지, 국민은행은 50%까지 감면을 해 주는 반면, 이번에 새로 시작되는 산은-LG투자증권의 ‘다중채무 공동추심’프로그램은 33%다.
기왕이면 채권이 자산관리공사로 넘어갈 때까지 빚을 갚지 않으려는 모럴 해저드를 유발할 우려가 있음을 말해준다. 신용불량자 지원 프로그램이 성공하자면 채권자 개개인이 ‘빚을 갚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하며 그것은 곧 바로 도덕성과 직결됨을 생각할 때 결코 바람직한 것이 못되며 따라서 당근의 크기를 같게 할 필요가 있다.

도덕성 문제는 대출 금융기관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카드사가 밝힌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율)은 11.0%(8월 말 현재)지만 대출을 받아 돌려막는 부분을 포함한 실질연체율은 27.3%에 이른다. 그러나 돌려막기는 결과적으로 빚을 키우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 고강도 부동산 투기대책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의 가계대출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 역시 문제가 된다.
만약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가계대출 금리 인상이 실행되기라도 한다면 문제의 심각성은 심화되게 마련이다.

이렇게 볼 때 대규모의 빚 탕감을 핵심으로 한 신용불량자 구제 대책은 실효보다 부작용이 더 커질 우려가 없지 않다.
따라서 당근 중심의 지원프로그램과 함께 모럴 해저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강력한 채찍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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