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다자 정상회담의 성과와 기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20 10:15

수정 2014.11.07 13:05


오늘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20일 오전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양국 정상회담은 지난 5월 노대통령의 방미 이후 5개월만에 개최된 것이지만 특히 우리로서는 다자정상회담 중에서 가장 중요한 회담이 아닐 수 없다.

이라크파병, 북한핵,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개최된 이번 양국 정상회담은 무엇보다 한국과 미국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날 부시 대통령이 “다자간틀 안에서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을 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이 북한의 안전보장문제를 문서에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미국의 대북인식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주한미군 재배치 등 한반도 안보상황과 관련해 ‘탄력적 조정’이란 합의를 이끌어내긴 했지만 애매한 부분이 많아 앞으로 미국과의 활발한 물밑외교가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이라크 추가파병과 관련해 부시대통령이 거듭 사의를 표하고 노대통령을 “미국의 친구이자 나의 친구”라고 극찬한 것은 그간 다소 흔들렸던 한·미관계의 공조회복 신호탄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것이다.

또한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일본, 러시아 정상들과의 정상회담도 중요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은 ‘아세안+3’ 이후 보름만의 재회다. 우선 한·중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원칙을 확인한 뒤 차기 6자회담의 조속한 개최협력에 합의했다.
한·일정상회담에서는 6자회담 조기개최 방안협의는 물론, 한·일자유무역협정(FTA)의 정부간 협상개시도 선언할 것으로 보여 주목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첫만남에서도 철도사업과 가스전개발협력 등 양국의 경제현안과 북한핵문제에 있어 러시아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등 전향적인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재신임과 이라크파병 등 내정이 어려운 가운데 다자외교에 나선 노대통령이 한·미유대를 바탕으로 한반도주변 열강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등 이번 정상회담이 국가경제와 북한핵문제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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