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해야

이연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22 10:15

수정 2014.11.07 13:01


경기침체기의 특징중의 하나는 물가하락이다. 경기침체기에는 재화에 대한 수요가 위축되기 때문에 물가가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수년 전에 실시한 건설경기 촉진책으로 인해 유발된 아파트 가격 상승이 그칠 줄 모르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토지공개념이라는 극약처방까지 들고 나오고 있다. 그러나 토지공개념 도입은 자칫 잘못하면 경제 전체의 혼란과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제이므로 충분한 합의과정을 거친 후 신중히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로는 토지공개념이라는 우격다짐으로 전체를 싸잡아 때려잡기보다는, 사유재산제도의 근간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다 직접적인 처방은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 수년 동안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분양가 자율화다. 분양가 자율화는 건설경기가 깊은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지난 90년대 말에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정책이다. 그 근본 원리는 아파트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형성된 가격에 거래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후 분양가 자율화는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고 토지공개념이라는 마지막 조치가 거론되는 상황에서도 주택정책 입안자들이 금과옥조처럼 지키는 신성한 원칙으로 받들어지고 있다.

정책입안자들은 부동산 시장에서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시장이 실패할 가능성을 지나치게 간과하고 있다. 시장원리란 거래되는 재화에 대한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공급자와 수요자가 무수히 많아 어느 일방도 독과점 이윤을 획득할 수 없는 경쟁적인 환경에서 형성된 가격이 거래되는 재화의 가치를 가장 잘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은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본적인 요건을 결여하고 있다.

분양원가 비공개는 오히려 시장원리에 어긋나

아파트 분양원가는 공개되어야 한다. 건설업계는 분양원가의 공개는 시장원리에 어긋난다고 강변하지만 사실은 오히려 그 반대다. 분양원가가 공개되지 않을 경우, 적정 분양가에 대한 정보를 수요자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 공급자가 독점이윤을 챙기기 쉬워진다. 건설회사가 분양원가와 관계없이 분양이 가능한 최고 수준으로 분양가를 높여 책정한다는 것은 공공연히 다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아파트는 그 성격상 골동품과 같이 공급이 제한되어 있어, 공급자의 독점이윤 즉 렌트가 발생하기가 매우 쉽다. 건설회사측에서는 직접비용 이외에도 대지취득이나 인허가 과정에서 소요되는 막대한 간접비 때문에 건설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히려 그럴수록 건설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비정상적인 간접비용이 근절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정부가 토지공개념의 일환으로 도입예정인 개발이익 환수제도가 형평에 맞게 시행되기 위해서도 아파트 분양원가는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정부의 안에는 아파트 공급업체의 초과이윤 환수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아파트 소유자뿐만 아니라 아파트 공급업체에 대해서도 초과이윤을 환수해야 할 것이다. 아파트 공급업체의 초과이윤 산출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분양원가의 공개가 필수적이다. 기술적으로도 아파트 건설원가의 계산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현재 정부건설공사 계약에 대해서는 건설원가를 상세히 산출하여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조만간 발표할 예정으로 있는 정부의 부동산종합대책에 정작 아파트 가격 상승의 근원으로 지목되고 있는 분양원가의 공개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는 것은 매우 이해하기 어렵다.
지나친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인한 빈부 격차의 가속화와 주거비 상승으로 인한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아파트 분양원가가 반드시 공개되어 아파트 가격이 시장 원리에 따른 적정 수준에서 형성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고승의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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