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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기획 택지개발지구를 가다] 강동구 강일지구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22 10:15

수정 2014.11.07 13:01


차가 교행하기에 버거워 보이는 좁은 도로, 낡고 노후화된 주택들,주택단지를 온통 둘러싸고 있는 논과 밭….

서울지역에서 몇곳 남지않은 미개발지 중 대표적 노후불량주택 밀집지역인 강동구 강일지구의 현재 모습이다. 하지만 이곳은 오는 2007년까지 모두 7125가구의 대규모 아파트촌이 형성된다.

올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해제 지역 중 가장 규모가 큰 불량주택가(총 1047가구)인 강일지구는 서울시 도시개발공사(이하 도개공)가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친환경 아파트단지로 개발하겠다고 나선 곳이다.

하지만 이곳도 향후 사업 추진에는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시세 차익을 노린 일부 투기세력들이 이미 이곳 부동산에 개입,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철거가옥 보상문제,입주권 부여 문제 등이 아직도 풀리지 않은 채 남아있기 때문이다.

◇불량주택가가 친환경 아파트촌으로=서울시 도개공은 지난 7월말 서울시의 ‘중장기 국민주택 10만가구 공급계획’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강일지구 아파트 건설 기본계획안을 확정했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강일지구에는 모두 10개 단지,7125가구가 들어서며 이 중 전용면적 18평∼25.7평형 3488가구는 오는 2006년께 일반분양되며 전용면적 12∼25.7평형 3637가구는 공공임대로 공급된다.

서울시 도개공은 “그린벨트를 조기에 해제하고 조만간 도시개발사업 구역 지정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 오는 2004년 하반기 중에는 실시계획 인가와 토지보상을 끝내고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며 공정률이 70%가 되는 오는 2006년 하반기에 지구내에 건설되는 아파트의 분양 및 임대를 개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도개공은 강일지구 27만6000평을 주변경관과 연계시켜 12층 이하 친환경 주거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망월천과 고덕천을 잇는 친수 공간을 극대화하고 지구내 구릉지를 잘 살리고 단지 전체를 2개 광장으로 엮어 10개 단지간 커뮤니티 효과를 높인다는 복안이다.

인근 강일부동산의 조선숙 사장은 “강일동은 한강조망이 가능하고 용적률 160∼180%의 저밀도로 개발될 것이며 특히 강남권으로의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인근 고덕,상일,하남 등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어 후광효과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일지구는 무엇보다 올림픽도로와 천호대로,강동대교,팔당대교,구리∼판교고속도로,중부고속도로로 연결되는 사통팔달 교통 요지라는 점이 장점이다.

교통여건이 좋아 강남 중심권까지 러시아워 때도 1시간이 걸리지 않고 기타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도 쉽다. 때문에 강남권에 직장을 가진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 인근 고덕동 및 상일동 아파트 단지의 대단지 프리미엄 효과도 기대된다. 지하철 5호선 상일역이 도보로 10∼15분 거리이며 배재고와 한영고,상일여고 등 명문학군이 형성돼 있다.

◇개발계획 확정 이후 거래 활발,딱지거래 등 과열 조짐도=강일지구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최근 개발된 다른지구와 비슷한 550만∼600만원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650만∼700만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일단 개발계획이 확정된 전후로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원주민들의 주택(철거가옥)지분 가격이 부쩍 오른데다 전반적으로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가 상승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주민 심상환씨는 “최근 6개월 사이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고 6평짜리 가옥지분이 최고 1억5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경제력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만큼 분양가는 평당 50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일동은 철거민에게 주어지는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철거가옥 지분가격이 대폭 올라 있고 철거가옥이 특별분양 입주권이라는 명목으로 불법거래되고 있다.

그동안은 텔레마케팅 위주로 활동하던 입주권 컨설팅 업체들이 아예 이곳의 일부 부동산들과 손잡고 공공연히 철거가옥 구매를 부추기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한 건설팅업자는 “불량주택촌이라는 선입관을 버리고 직접 와서 보면 이곳의 입지 여건이 정말 뛰어나고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며 “아직도 거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입주 가능성이 높은 철거가옥은 지난 8월에만 해도 5000만∼7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었으나 최근에는 1억2000만∼1억6000만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은 실제 입주권이 보장되지 않는 주택을 고가에 매매하고 있어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도개공 방침 안나왔는데도 ‘보상받는다’ 유혹=이곳에는 토지와 건물이 같이 등기된 양등기 물건과 토지만 등기된 외등기 물건이 존재한다. 일부 중개업소는 “지난 7월 서울시 도개공이 주민공람을 통해 무허가이면서도 건물확인원상에 건물이 등재돼 있는 외등기 물건에 대해서도 보상 및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고 고지했다”며 매매를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이를 도개공측은 “추가 협의의 여지는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토지와 건물 모두가 등기돼 있어야 보상 대상”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 아직 공식 방침을 정하거나 이를 발표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한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입주권의 발생 과정과 의미를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실제 입주권과 무관한 물건을 매매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지구지정이나 철거 대상 가옥의 선정,보상 범위 등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섣부른 입주권 매입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강일지구와 같은 개발지구가 많아 원주민이라고 꼭 해당 지역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원주민이나 투자자가 입주권을 매입했어도 어느 지구,어느 아파트에 입주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다. 이곳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강일지구에 다른 지역 철거민들의 입주 신청이 몰리면 결과에 따라 입주권을 얻지 못할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일부 컨설팅 업체들과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딱지값과 향후 분양시 부담할 분양가를 더해 2억5000만∼2억7000만원을 투자하면 32평형 아파트를 받고 이 경우 입주시기에 가격이 올라 2억∼3억원의 시세차익이 가능하다고 구매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강일지구 투자전략=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시세차익을 노린 강일지구 투자는 무리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32평형을 분양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서울시 도개공이 도시개발구역지정 예정 공람공고(지난 7월9일 이후 2주간)가 지난후 지구내 가옥을 취득한 경우 무주택자에 한해,그것도 20평형대(전용면적 18평) 입주권을 제공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말 녹지율 50%대인 강일동에서 살고 싶은 실수요자라면 25평을 받을 것을 전제로 하고 투자를 해도 좋을 듯싶다. 철거가옥을 매입할 때는 우선 현재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주에 대해 명백하게 협의하고 이를 공증받을 필요가 있다.
세입자에게도 25평형 입주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주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서울시 도개공의 사업진행 방침과 일정을 면밀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아직 서울시 도개공이 개발구역 지정이나 보상 범위를 확정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언제 방침이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 jerry@fnnews.com 김종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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