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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자유치 성공 윤창번 하나로 사장 업계 급부상] “통신 구조조정 나설것”

유상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22 10:15

수정 2014.11.07 13:00


이달 초 경기도 일산 하나로통신 본사 회의실. 임원회의에서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회사의 운명을 가를 임시주총의 핵심 키워드를 쥐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윤창번 사장이 직접 만나러 가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일부 임원들은 10%를 웃도는 지분을 갖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야한다며 윤사장의 해외출장행을 적극 피력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여기서 챙겨야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자리를 비워 둘 수 없다고 윤사장을 설득했다.

다음날 윤사장은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최고경영자(CEO)가 수백만주를 갖고 있는 주주를 만나 의견을 들어보는 건 당연하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다는 후문이다.


윤사장은 해외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포진해 있는 뉴욕, LA 등 4개 도시를 훑고 다니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 결과 10.6%에 달하는 외국인 투자자 가운데 8∼9% 가량의 지분이 하나로의 러브콜을 받아들였다.

지난 21일 하나로통신 임시주총에서 뉴브리지캐피털-AIG 컨소시엄 외자유치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다. 대주주인 LG그룹과의 맞대결에서 압승을 거둔 것이다.

그 중심에 윤창번 사장(49)이 있다. 그는 지난 8월6일 경영권 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하나로통신을 떠안은지 2개월 반만에 외자유치를 깔끔히 마무리했다.

사실 취임 초기만해도 우려가 적지 않았다. 기업경영을 해본 적이 없는 초보 경영자라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그러나 특유의 부지런함과 치밀함으로 일을 진척시키며 이같은 우려를 말끔히 잠재웠다. 출장가는 길에 공항에서 임원회의를 주재하는가 하면 하루에도 몇 군데씩 발로 뛰었다.

특히 지난 8월5일 LG의 유상증자안이 주총에서 무산되면서 닥친 단기유동성 위기를 SK텔레콤의 협조를 얻어내 해결한 점은 윤사장의 진면목을 확인한 사례였다. 그간 한곳만을 바라보며 정신없이 뛰어온 윤사장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윤사장은 “지난 1년6개월 동안 하나로통신은 외자유치에 매달렸다. 많은 주주, 특히 소액주주들의 전폭적인 성원에 감사한다”며 “주주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더욱 열과 성의를 다해 작게는 회사가치를 높이고 크게는 통신사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윤사장은 우선 두루넷을 인수하고 온세통신 등 후발사업자들과의 전략적 동맹관계를 통해 국내 통신사업 구조조정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로 경영권이 외국인에 넘어가는 것에 대해 윤 사장은 “뉴브리지 컨소시엄이 1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국가 통신사업의 발전에 외자유치가 큰 기여를 한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윤사장은 외자유치를 넘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듯하다.
통신업계 거목으로 급부상한 윤사장의 행보에 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ucool@fnnews.com 유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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