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신중해진 강남권 주택시장, 전세 살면서 매수시기 저울질

이정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22 10:15

수정 2014.11.07 13:00


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을 앞두고 숨고르기에 돌입한 서울 강남권 주택시장이 최근 하락세와 재반등을 거듭하면서 혼미의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매수에 부담을 느낀 일부 강남권 수요층이 전세수요로 전환하거나 급매물만을 노리는 등 신중한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정부대책 앞두고 전세시장 강세=강남권 거주를 희망하는 대기수요자들이 전세시장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양상이다. 이로 인해 전세 성수기가 아닌데도 전세가격이 뛰는 등 이 지역 전세시장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22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던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세기간이 만료된 세입자들조차 은행돈을 빌려 무리해서라도 아파트를 사려고 했지만 지금은 이런 매매수요가 급격히 한풀 꺾인 상황이다.

이에따라 전세기간이 만료된 세입자들 상당수가 재계약을 하면서 전세물건이 부족해지자 전세시장에도 대기수요도 생겨날 정도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지난달 이후 한달 만에 전세가격이 2000만∼3000만원 상승했다. 이 아파트 전세가격은 현재 31평형은 1억9000만∼2억4000만원, 34평형은 2억1000만∼2억6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전세가격이 뛰었지만 수요가 늘어나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전세물건 부족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주거환경이 비교적 좋은 아파트의 경우 중개업소에 나오기가 무섭게 전세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월세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중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잠재 매수자들도 포함돼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말이다.

은마아파트는 유명 학원가가 인근에 있어 인구 유입이 꾸준한 상황에서 오는 11월부터 도곡동 진달래 1차 1∼2동 144가구의 재건축 이주가 시작돼 이들 이주수요도 겹치고 있다.

이같은 외부요인과 함께 향후 부동산시장이 불안해 질 것으로 예상, 매매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전세가격 상승의 중요한 이유다.

현지 성창공인 관계자는 “강남권 부동산시장에 거품논쟁이 일기 시작하면서 전세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무리해서라도 아파트를 매입하려고 했던 일부 매수자들도 1∼2년 더 기다려 보자며 전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밝혔다.

인근 청실아파트도 전세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청실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달보다 2000만∼3000만원 정도 상승해 31평형이 2억2000만∼2억3000만원, 35평형이 2억7000만∼3억원 선이다.

은마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전세입자들 상당수가 무리해서 집을 사기보다는 계약 연장을 원하고 있는 입장이어서 전세 재계약률이 50%는 넘을 것이라는 게 현지 중개업자의 설명이다.

대치역 앞 세기부동산 관계자는 “전세기간이 만료된 세입자들도 예전과 달리 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을 앞두고 선뜻 매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향후 아파트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 보일수록 전세를 찾는 수요자들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널뛰기 장세 속 저가매물 잡기 비상=매수 대기자들은 철저할 정도로 저가매물에만 집착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매수자들은 지난 9·5조치 이전 아파트값 반등시점 직전의 가격을 적정선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지에서는 “최고가에서 1억원이 빠져야 구입하겠다는 ‘심리적 가격선’이 형성되고 있다”는 말이 은연중에 나돌고 있을 정도다.

이를 방증하듯 최근 급매물이 해소됐던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경우 공교롭게도 당시 급매물 소진 시점의 가격이 지난 8월말 가격과 거의 일치하는 양상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1단지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의 토지공개념 발표 이후 최고가에서 1억원 정도 떨어진 가격대의 매물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면서 최근 재반등한 상태다.

실제로 잠실주공1단지 13평형의 경우 9·5조치 무렵의 최고가는 5억2000만원선. 이후 이 곳은 토지공개념 발표 등으로 1억원가량 떨어진 4억3000만원에 가격이 형성되자마자 매물이 동이 났다.
이때 가격은 지난 8월 중순의 가격이다.

개포주공 1단지 13평형도 현재 5억원 정도의 급매물이 나오고 있으나 지난 8월 중순의 가격인 4억8000만원선이 돼야 매수세가 살아날 것으로 현지 중개업자들은 내다봤다.


닥터아파트 김광석 팀장은 “지난 9·5조치 직전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반등 직전 아파트를 구입하지 못한 매수자들이 지난 8월말 가격을 적정 구입가격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며 “따라서 8월말 전후의 가격을 일종의 심리적 매수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sunee@fnnews.com 이정선 전용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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