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 5년] <10> 하나銀과 SK그룹의 질긴 악연

임대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22 10:15

수정 2014.11.07 13:00


잊혀질만 하면 다시 이어지는 하나은행과 SK그룹의 질긴 ‘악연의 끈’이 새삼 관심을 끈다. 하나은행과 SK그룹의 악연은 하나은행에 흡수·합병된 보람은행과 서울은행에서 촉발됐기 때문에 합병 후유증의 한 단면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나은행과 SK그룹 악연의 첫 줄은 하나은행에 흡수·합병된 보람은행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98년 벽두부터 전 금융계를 뒤흔들었던 국내 금융기관들의 동남아 역외펀드 파생상품 투자손실 사건에서 보람은행은 SK증권과 모진 인연을 맺었다.

이 사건은 지난 97년 SK증권이 설립한 다이아몬드 펀드가 한남투신, LG금속 등으로부터 300억원을 모아 동남아 채권연계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투자손실을 입은 사건. 다이아몬드 펀드는 국내에서 모집한 300억원과 JP모건으로부터 5300만달러 상당의 엔화를 빌려 모두 8700만달러를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했다. 이 파생금융상품은 1년 만기의 인도네시아 채권에 투자, 인도네시아 통화가치가 엔화에 비해 상승하면 차익을 투자자에게 지급하지만 그 반대가 되면 투자원금은 물론 원금의 4∼5배까지 물어줘야 하는 구조를 가진 파생상품이었다.


JP모건은 다이아몬드 펀드에 돈을 빌려주면서 투자원금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보람은행과 투자원금 보장을 위한 금융파생상품(TRS:Total return swap)계약을 체결한다. 투자손실이 발생하면 그 손실분을 보람은행이 지급보증해 준다는 계약이었다.

보람은행도 다이아몬드 펀드와 똑같은 계약을 체결, 다이아몬드의 설립주체인 SK증권 등이 투자손실분을 지급하도록 계약을 체결했다. 결국 손실이 나면 보람은행이 SK증권 등으로부터 돈을 받아 JP모건에 손실분을 지급토록 하는 구조의 계약인 것이다.

그러나 전혀 생각지도 못한 태국 바트화 폭락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규모 투자손실이 현실화됐고 JP모건은 파생상품 계약에 따라 보람은행에 1억8900만달러(당시 한화 3000억원)를 지급하라고 요구했고 SK증권은 JP모건이 맺은 TRS파생상품 계약은 신의성실이나 권리남용금지원칙을 위배한 사기거래라며 지급보증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까지 제기했다. 결국 SK증권은 JP모건에 5억달러를 물어주고 보람은행은 SK증권에 3000만달러를 출자키로 합의를 봤다.

보람은행은 이 사건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 경영지표에 큰 타격을 받게 돼 결국 하나은행에 합병되는 단초가 됐다.

하나은행과 SK그룹의 두번째 악연은 두 말할 것도 없이 ‘SK글로벌 사태’. 외환위기와 기업구조조정의 태풍이 금융계를 강타했을 때에도 하나은행은 별다른 타격없이 위기를 넘겨왔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SK분식사태가 발생, SK글로벌에 5000억원이 물리면서 하나은행은 2003년을 고난의 한 해로 보내야만 했다.

김승유 행장이 SK글로벌 규모의 수 십배에 달하는 대우그룹 사태(보람은행 합병시)때에도 이 정도의 충격파는 아니었다고 할 정도니 SK글로벌 사태가 하나은행에 끼친 파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두 사태를 합병에 따른 후유증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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