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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있는 기업] 기업위 윤리경영은 21C 생존 필수조건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23 10:15

수정 2014.11.07 13:00


■영혼이 있는 기업(데이비드 뱃스톤 지음/거름)

국내외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윤리경영’으로 요약되는 투명경영과 신뢰경영이다. 윤리경영이 기업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최근 연이어 발생한 미국의 엔론, 월드컴, 국내의 SK 등 국내외의 굵직한 회계 스캔들에 대한 경각심으로부터 비롯됐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이윤만을 추구해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없다는 인식의 확산이 주된 이유다.

특히 현재 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위기는 겉으로 보기에는 재정적인 문제에서 발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 속을 들여다보면 기업윤리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데이비드 뱃스톤의 ‘영혼이 있는 기업’(신철호 옮김)은 윤리경영의 의미와 실천역할을 알려주는 가이드북이다. 이번 책은 윤리경영이라는 개념에 익숙지 않은 독자들에게 윤리경영이 무엇이며, 윤리경영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저자는 “오늘날에는 기술혁신만으로는 진정으로 성공한 기업이 될 수 없다. 사원과 소비자 모두의 눈에 공감할 만한 수준의 윤리경영을 실시하는 기업으로 비춰지느냐 아니냐에 따라 성공한 기업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윤리경영이 기업의 영혼을 살리는 동시에 사원들의 영혼을 살리는 길이라는 증거도 있다. 경영컨설팅업체인 타워스 페린이 15년간의 기업체 실적을 분석한 결과, 윤리경영을 하는 기업의 경우 주주에게 돌아간 수익률이 43%인데 반해 스탠다드 앤 푸어스에 등록된 500개 주식회사의 평균수익률은 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9%에 불과했다.

대표적인 윤리경영 기업인 존슨 앤 존슨의 경우 주주의 권익보다는 고객과 지역사회의 가치에 우선순위를 둠으로써 다른 기업들에 비해 월등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2년 청산염 원료로 제조된 타이레놀 알약을 복용한 후 8명이 숨지는 사태가 발생하자 이 회사는 정확한 사고원인이 규명되기도 전에 약국에 비치된 타이레놀 3100만통을 전량 수거하는 조취를 취했다. 정밀조사 결과 존슨 앤 존슨의 과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회사의 신속한 결정으로 타이레놀 브랜드를 회생시킬 수 있었다.

기업의 윤리경영은 운영비용 감소, 브랜드 이미지 향상, 고객 충성도 향상, 생산성 및 품질 향상, 상품 및 서비스 매출 증가, 우수인력 유인 등 가시적인 효과를 통해 기업의 재무적인 측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효과는 산술적인 수치로 환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무적 성과에 비해 눈에 덜 띨 뿐이다. 따라서 윤리경영은 여유 있는 기업이 사회공헌을 위해 재량을 베푸는 차원이 아니라 모든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구가하기 위해 받아들여야 하는 생존의 필요조건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윤리경영의 8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의 이사진과 경영진은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회사의 이해관계자들의 운명과 일치시켜야 하고, 회사의 생존과 활력을 보장하는 책임 있는 방식으로 경영활동에 임해야 한다. 둘째, 기업경영은 주주와 임직원, 그리고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고, 경영진은 책임경영을 통해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셋째, 기업은 스스로 시장의 일부가 아닌 지역사회의 일부로 생각해야 한다. 넷째, 기업은 자사의 제품을 정직하게 홍보해야 하고, 거래상의 이해관계를 넘어 소비자를 존중해야 한다. 다섯째, 기업은 사원을 단순한 고용인이 아니라 조직을 구성하는 소중한 인재로 대우해야 한다.
여섯째 기업은 환경을 기업의 소중한 이해관계자로 대우하고, 환경보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일곱째, 기업은 사원, 고객, 거래업체와의 관계에 있어서 균형, 다양성, 평등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여덟째, 기업은 국제적인 교역 및 생산활동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교역 상대국의 근로자와 국민들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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