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로맨틱 코미디 줄줄이 개봉] 가을은 짝짓기의 계절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23 10:15

수정 2014.11.07 12:59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기 전에 제 짝을 찾아나서는 가을은 사계절 중 가장 사랑하기 좋은 계절로 꼽히고 있다. 이 무렵이면 연인들을 위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달 들어 국내외 영화를 막론하고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르네 젤위거,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다운 위드 러브’가 관객들을 미리 만났다.

이어 24일에는 백수들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위대한 유산’, 열녀가문 딸의 순결지키기 ‘은장도’ 등 국내 영화가, 31일에는 혼전계약서를 소재로 한 ‘참을 수 없는 사랑’, 백작과 광고회사 커리어우먼이 125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사랑이야기 ‘케이트&레오폴드’ 등이 관객들과 만날 채비를 끝냈다. 하지만 국내영화는 코미디가 강한 반면, 외화는 로맨스에 비중을 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코믹한 국내영화=CJ엔터테인먼트에서 처음으로 제작한 영화인 ‘위대한 유산’(감독 오상훈)은 높은 실업률로 늘어만가는 백수·백조를 소재로 삼았다. 이 영화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캐릭터에 친근함을 느끼면서 폭소 뒤에 고학력 실업이라는 사회문제를 가볍게 터치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여주인공 김선아는 이번 영화로 김정은식 코미디와는 확실히 차별을 이룬 코믹함으로 스크린을 누빈다. 여기에 충무로 캐스팅 0순위 코믹배우 임창정이 가세하면서 기존 코미디 영화를 능가하는 웃음을 선보인다. 또 ‘엽기적인 그녀’를 떠올리게 하는 여관신과 MBC 퀴즈프로그램 ‘퀴즈가 좋다’를 적절하게 차용한 에피소드도 간간히 떨어지는 웃음의 간격을 좁혀준다. 명문대 심리학과를 나오고도 빈둥빈둥 노는 창식과 탤런트 선발시험 낙방해 엄마의 비디오 가게 일을 돕고 있는 미영은 연체료 때문에 티격태격한다. 어느날 밤 이들은 길에서 함께 교통사고를 목격하는데 다음날 아침 목격자에게 사례금 500만원을 준다는 플랑카드가 걸린다.

‘은장도’(감독 김성덕·제작 조이엔터테인먼트)는 대대로 내려오는 열녀가문 딸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순결지키기에 몰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엄한 아버지(송재호)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학 진학을 위해 기차에 몸을 실은 민서(신애)는 주학(오지호)과 사귀게 된다. 하지만 열혈남아인 그는 틈만있으면 민서에게 ‘작업’을 들어가려 애쓰고 번번이 민서의 은장도 앞에 실패로 돌아간다. 순결을 절대적으로 지키는 민서와는 달리 그녀의 룸메이트 가련(송선미)은 킹카(윤다훈)에게 ‘작업’을 하려고 애쓰고 경주(최윤소)는 겉으로는 내숭을 떨지만 나이트에서 만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기도 하는 자유섹스주의자로 나온다. 이 극단적인 캐릭터들은 오히려 영화와 따로 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로맨틱한 외화=‘케이트&레오폴드’는 ‘해리가 세리를 만났을 때’로 명실상부한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으로 자리를 굳힌 멕 라이언과 ‘엑스맨’의 휴 잭맨이 125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는 사랑을 선보인다. 설정 자체가 1876년 뉴욕에 있던 레오폴드 백작(휴 잭맨)이 2001년 뉴욕으로 건너온다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백작의 눈에는 현재의 뉴욕의 모습이 낯설기 때문. 물론 케이트(멕 라이언)은 처음에 그가 정말 백작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한다. 광고회사 커리어우먼인 케이트는 백작을 광고에 출연시키면서 점점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일이 우선이라 생각하는 케이트. 결국 사랑을 깨닫고 그를 찾아 과거로 가는 문인 브루클린 다리 아래로 떨어진다. 이 영화에서 또다른 볼거리는 빅토리아 시대에나 등장할 법한 여성에 대한 매너다.

조지 클루니, 캐서린 제타 존스 주연의 ‘참을 수 없는 사랑’은 이혼을 소재로 하고 있다. 마릴린 렉스로스(캐서린 제타 존스)는 부유하고 멍청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몇 달만에 이혼한 뒤 위자료를 챙기는 매력적인 여자다. 이번엔 부유한 부동산 개발자이자 상습적인 바람둥이인 렉스 렉스로스와 이혼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녀의 남편은 이혼 전문 변호사인 마일즈(조지 클루니)를 선임하게 된다. 마일즈는 소송 때문에 만난 자리에서 마릴린에게 첫 눈에 반한다. 하지만 일은 일. 그는 렉스가 소송에서 이기도록 도와준다.
억울한 마릴린은 배우를 고용해 백만장자로 꾸민 뒤 그와 이혼해 재산이 많은 것처럼 꾸며 마일즈와 결혼한다. 이는 마일즈와 이혼해 재산을 가로채려는 계략이다.
하지만 마릴린은 마일즈의 진실된 마음을 깨닫는다.

/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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