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국내 미생물실험실 99% WHO 기준 턱없이 미달

조남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23 10:15

수정 2014.11.07 12:59


지난 9월 싱가포르에서 발생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실험실 감염에 의해 확산된 것으로 최근 확인된 가운데 국내 미생물 실험실 가운데 99%가 세계보건기구(WHO)의 안전기준에 미달되고 정도도 심각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용익 교수팀은 국내 의과대학과 병원, 보건소, 기업체 연구소 등에 설치된 563개 미생물실험실을 대상으로 ‘WHO의 미생물실험실 안전기준 충족도’를 조사한 결과, 5개 영역 21개 기준 모두를 충족한 실험실은 단 1곳(0.2%)에 불과했다고 최근 밝혔다.

또 20개 기준을 충족한 실험실이 10곳(1.8%), 19개 기준을 충족한 실험실이 3곳(3.6%) 등으로 전체적으로 56.2%의 충족률(평균 11.8개 기준 충족)을 나타냈다.

영역별 안전기준 충족률을 보면 각각 생물안전설비(43.9%), 실험실 구조(40.9%) 생물안전보장(10.1%) 개인보호장비(5.9%) 전반적실험실관리(4.6%) 등의 순으로 나타나 개인보호장비와 실험실관리가 특히 취약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생물실험실은 특성상 인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전염성 미생물을 취급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곳으로부터의 감염 가능성이 높다. 또 실험실 감염을 통해 지역사회로의 2차 전파가 일어날 경우,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WHO에서는 미생물실험의 생물안전기준을 1∼4등급으로 나누고 각 나라별로 해당 등급에 맞는 생물안전등급을 설정, 실험실을 관리토록 하고 있으나 국내에는 이같은 생물안전기준이 아직 없으며 실태조사도 이뤄진 바 없었다.

조사를 진행한 이진용씨(박사 과정)는 “이번 조사결과 전반적인 생물안전수준이 WHO기준에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정부차원의 실험실 안전기준 제정과 관리가 매우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씨의 조사결과는 23∼25일 강원도 평창군 보광 휘닉스파크에서 열리는 ‘대한예방의학회 제55차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조남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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