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시험 불안증] 자신감 회복·주외 격려가 ‘묘약’

조남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23 10:15

수정 2014.11.07 12:59


‘너무 떨려서 시험을 망쳤다고. 공부에 열중하지 않았거나 심리적 불안감 때문 아니었을까.’

대학을 졸업한 성인들도 이맘때가 되면 한번쯤 ‘고3시절’을 회상하게 된다.

매년 수능때만 되면 찾아오는 살인적인 추위나 공부한 기억은 나는데 정답이 떠오르지 않아 애를 태웠던 기억들이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심리적 불안감이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진단하는데, 실제로 과도한 스트레스가 수능점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있다.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채정호 교수와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마음누리’ 정찬호 원장팀이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입시학원에 등록한 수험생 463명(남자 270명·여자 193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다.

조사방법은 ‘한국어판 시험불안척도’를 이용해 대상 학생들의 주관적 시험불안 정도를 조사하는 동시에 심박간격 변화율을 이용한 스트레스 정도를 측정, 시험불안이 평균보다 높은 학생과 반대로 평균보다 낮은 학생 등 두 그룹으로 나눠 수능성적차이를 비교·분석했다.

조사결과, 시험불안이 높은 학생의 수능성적은 평균 262점인 반면 시험불안이 낮은 학생의 평균은 269.3점으로 나타났다.
또 예체능계 학생을 제외한 문과 및 이과 학생만을 비교했을 때 시험불안을 심하게 느끼는 학생(평균 266.1점)과 그렇지 않은 학생(평균 275.4점)과의 점수차는 약 9점으로 더욱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원장은 “이번 연구결과 학업성취정도와 시험불안의 정도는 서로 반비례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며 “앞으로 학습부진 학생에 있어 정신과 치료가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시험불안이란=적당한 불안과 긴장은 작업수행능력과 주의집중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불안의 정도가 지나칠 경우, 오히려 주의집중력이 약해지고 알고 있던 것도 까맣게 잊어버리게 된다.

정원장에 따르면 적당한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자극, 아드레날린이란 물질의 분비를 자극해 우리의 뇌의 활동을 잠시동안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스트레스에 의해 교감신경이 활성화된 상태가 30분 이상 지속되면 기억에 필수적인 뇌 부위인 해마로의 에너지 공급이 차단되고 해마의 작동이 불가능해져 기억력과 응용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또 이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자신이 알고 있는 것도 기억을 할 수 없게되는데, 이것이 또 다른 스트레스로 작용하면서 해마를 점점 위축시키게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몸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이 분비돼 신경사이의 연결이 끊기게 되고 결국 머리가 텅 비거나 눈앞이 캄캄한 듯한 느낌을 받게된다.

◇시험불안, 이기는 방법=시험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자신감의 회복이라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심감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학습방법 또한 중요한 변수다.


예를 들어 공부할 때는 비록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하게 해둘 필요가 있다. 시험장에서는 시험불안을 느끼는 다른 학생과의 잠담이나 시험불안을 유발할 수 있는 이야기 등을 피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정원장은 “시험불안을 느끼는 학생의 부모들은 무작정 학생을 다그치기 보다는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학생을 칭찬하는 것이 학생이 시험불안을 이길 수 있을 만큼의 자신감을 갖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kioskny@fnnews.com 조남욱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