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우리말 클리닉] 표준어와 생활언어 ‘딜레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23 10:16

수정 2014.11.07 12:58


기사는 표준어로 쓴다.

‘표준어’라 함은 한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는 규범으로서의 언어를 가리킨다.

의사 소통에 불편을 덜기 위해 전국민이 공통적으로 쓸 공용어 자격을 부여받은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하며, 외래어는 따로 사정해 쓰고 있다.

표준어 사정의 원칙과 표준발음법을 체계화한 ‘표준어규정’은 1988년 1월 문교부 고시로 공표했다. 1936년 조선어학회에서 사정한 ‘조선어표준말모음’을 크게 보완하고 합리화한 것이다.
이 표준어규정을 바탕으로 심의해 1990년 9월 문화부 고시로 공표한 것이 ‘표준어모음’이다.

기사는 표준어로만 쓰는가. 그렇지 않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표준어 상대 개념인 사투리는 한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을 가리킨다. 그러면 표준어가 아니면 모두 사투리인가. 그것도 아니다 모두 사투리인가. 그것도 아니다. 표준어가 아닌 것은 비표준어이고 거기에는 사투리를 비롯해 고어(古語), 전문 용어, 시사용어, 신조어, 외래어의 약어(略語), 조어(造語) 같은 것들이 망리되어 있다.

어슷비슷하게 쓰이는 말을 하나의 표준어로 처리함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 통일성을 기해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을 순기능이요, 말맛이 조금씩 다른 다양성을 살리지 못함은 역기능이다.

‘냄새’와 ‘내음’을 예로 들어보자.

‘냄새’는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을 가리킨다. 구수한 냄새, 반찬 냄새, 냄새가 배다, 냄새가 역하다…처럼 활용된다. 또 ‘어떤 사물이나 분위기 따위에서 느껴지는 특이한 성질이나 낌새’를 의미하기도 한다. 가난뱅이 냄새, 사기꾼 냄새, 수상한 냄새…같이 쓰인다.

‘내음’은 ‘냄새’의 경상도 사투리라고 사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실제 쓰임세는 어떤가. 나쁘거나 보통인 것은 ‘냄새’로 좋은것은 ‘내음’쪽으로 쓰이는 것이 언어현실이다.

‘정원에 들어서자 향기로운 꽃내음이 가득함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방파제 끝쪽에서 갈매기들이 비릿한 바다내음을 몰고 왔다’, ‘소나기가 한줄금 내리자 모종한 봉숭아가 땅내음을 맡았는지 싱싱함을 되찾았다’처럼 활용된다. 분뇨내음, 쓰레기내음, 발내음(발고린내)…등으로 쓰이지 않는다.


표준말을 지켜야 한다는 어법과 언어현실의 틈바구니에서 갈등을 겪는 교열기자는 ‘�惻뼈�, 바다내음, 땅내음…’을 ‘꽃내, 갯내, 땅내…’ 정도로 고치고 있지만 마뜩찮은 경우가 더 많다.

시어(時語)로 자주 등장하다가 이제는 일상어로 쓰이는 ‘나래’는 ‘날개의 함경도, 강원도 사투리’라고 사전에 올라 있다.
그래서 ‘상상의 나래…’, ‘꿈의 나래…’ 같은 것도 ‘나래’를 ‘날개’로 바로잡지만 마음이 개운치 않다.

/ leciel98@fnnews.com 김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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