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사설] 기업 ‘脫한국’러시 방치할건가

방원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24 10:16

수정 2014.11.07 12:58


지난 98년 외환위기 이후 5년간 해외로 나간 국내업체가 4100여개에 이른다는 관세청 조사는 기업의 ‘탈(脫)한국’ 러시가 지금 얼마나 우려스러운 수위에 이르렀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매년 해외로 생산설비를 옮기는 업체수가 매년 30%씩 늘어나고 있고 지난해에는 무려 1070곳이 국내를 떠났다. 해외이전 업체들은 주로 중국(71%)쪽으로 몰리고 있다.

국내업체들의 해외이전은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 어찌보면 산업고도화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이기도 한데 최근 수년간 이뤄지고 있는 실상을 뜯어보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우선 해외이전 업체 수가 최근에 급격히 늘고 있고 전자·정보통신 등 핵심첨단업종까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과거 경쟁력을 상실한 섬유?^의복?^신발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기술 및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해외이전기업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는 산업공동화는 물론이고 기술공동화마저 가속화돼 국내 성장기반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우리기업들의 중국진출이 러시를 이루면서 한국기업 현지법인이 2만2000여개를 웃돌고 이 기업들이 100만여명의 일자리를 제공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저임금, 중국내수시장 등을 감안하면 우리기업의 중국 등 해외이전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첨단업종까지 빠져나가고 실업자가 80만여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해외이전을 정부는 언제까지 ‘강건너 불보듯’ 방치할 것인지 정말 한심한 노릇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산업은 공동화돼 갈수록 일자리가 줄어들고 결국엔 경쟁력까지 중국에 밀리게 되면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입지는 초라하게 된다.


우리가 지금까지 본란을 통해 누차 지적한대로 ‘한국을 기업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이미 알려진대로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는 이유는 고임금, 잦은 파업, 각종 규제, 정치혼란 등으로 국내에서 갈수록 기업할 분위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대결적인 노사분규, 고임금, 까다로운 각종 규제 등 경제걸림돌을 제거해 주는 일, 지금 이 시점에서 정부가 만가지 일을 제쳐두고 시급히 해야 할 일인 것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