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찬밥’증권사 뉴욕법인

서정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26 10:16

수정 2014.11.07 12:56


“누구와 경쟁하고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외국 증권 유관기관들이 찬밥대우를 하는 것은 그렇다치고, 국내 증권 유관기관들마저 국내증권사를 쳐다보지도 않으니 기가막힐 노릇입니다.”

미국 뉴욕 월가에서 만난 모 국내 증권사 뉴욕법인장은 최근 잇따라 개최된 상장 및 등록사 합동 해외 기업설명회(IR)의 후원사에 국내 증권사들이 한 군데도 끼지 못한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털어놨다.

증권거래소는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일까지 홍콩과 런던, 뉴욕 등 3개 지역에서 외국계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하는 IR를 열었다. 홍콩은 CLSA(크레딧리오네) 증권이 후원을 했고, 런던은 모건스탠리, 뉴욕은 JP모건이 투자자들의 불러 모으며 분위기를 띄우는 ‘막간 바람잡이’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을 포함 17개사가 참가해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코스닥시장도 런던과 뉴욕에서 우량 12개 등록사의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재무관리자(CFO)들과 함께 ‘코리아 코스닥 컨퍼런스’를 가졌다. 이 곳 역시 후원은 모건스탠리의 몫이었다.

이번 IR를 주최하는 증권 유관기관들의 속사정을 이해할 수도 있다. 외국 투자가들의 구미에 맞게끔 행사를 진행하고 기업의 주가에 보다 큰 도움이 되기 위해 외국계 증권사가 ‘그래도’ 나을 것이라는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마음이 막연한 선입견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이머징마켓에서 국내 증시는 이미 외국 투자가들로부터 알짜배기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기회가 있다면 외국 투자가들이 먼저 올려고 한다는게 현지 법인장들의 전언이다. 심지어 그들마저 국내 증권사들이 철저히 배제된데 대해 ‘제 밥그릇도 못 챙기냐’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제 영업이 애널리스트와 해당기업의 경영진을 동반한 ‘로드쇼’ 형태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내 증권사들이 개별적으로 상장?^등록사 CFO 모셔오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여기에 증권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증권 유관기관들마저 그들의 ‘주인’인 국내 증권사들을 버리고 외국계 증권사만 찾아 나선다면 이들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집안에서 사랑받는 사람이 집 밖에서도 사랑받는다고 한다.
유관기관들의 보다 현명한 판단이 아쉽다.

/뉴욕=서정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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