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찾는 19세 오한나양] “엄마 아빠 그리움에 원망도…”

오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26 10:16

수정 2014.11.07 12:56


“빨리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꾸미며 살고 싶어요.어릴적 아빠가 퇴근할 때 늘 통닭을 사가지고 오셨던 것이 기억나거든요. 그때만 떠올리면 행복하고 즐거워요.” 부모에게 버려져 7세 때부터 경기 안양보육원에서 생활한 오한나양(19)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문을 열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활달한 성격의 오양이 이렇게 말하는 데는 어릴 때부터 그가 자란난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오양은 오산과 부천 등 경기도 일대에서 자주 이사다니며 생활했으며 부모님의 잦은 말다툼으로 종종 할머니·할아버지댁이나 고모네 집에서 생활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몇 살 때였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제가 안양보육원에 오기 전(90년)에 고모집에서 얼마간 생활한 적이 있었지요. 그러다가 고모가 저를 보육원에 보냈어요. ‘이제 부모에게서 버려지는구나’라고 불안해했는데 2∼3일 후 아빠가 저를 찾으러 오셨죠. 그래서 전 다시 집으로 돌아갔구요.”

그 후 오양 부모님의 말다툼은 줄어들었고 오양은 마냥 행복하고 즐겁기만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이랑 저는 여관에 며칠 묵었어요. 그러다가 엄마가 어디론가 나갔고 아빠는 엄마를 찾아오겠다며 저를 여관에 두고 나갔지요. 여관에서 혼자 있는데 여관으로 아빠한테 전화가 왔어요. 엄마를 찾아서 올테니 기다리라고요. 그것이 부모님과의 마지막이었어요.”

오양의 보육원에서의 생활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선생님들도 잘 해주셨고 그곳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마쳤다.
오양은 또 고등학교 3학년 때 국비를 지원받아 야간에 간호조무사 학원을 다녀 자격증도 따냈다. 현재는 보육원 출신 언니들 3명과 방 2개짜리 임대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저를 버린 부모님을 원망한 적도 많아요.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부모님 없는 사람 손들어 보라고 할 때는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또 소풍 갈 때 도시락을 싸갈 수 없었을 때도 부모님이 원망스웠죠. 그러다가 중3때 고등학교를 인문계로 가야하나 실업계로 가야하나 선택할때 부모님이 그리웠습니다.
그래서 그때 한국복지재단에 처음 부모님을 찾겠다고 신청했지요.”

부모님을 찾게되면 함께 살 것이냐는 물음에 오양은 부모님이 처한 상황도 있으니 그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종종 만날 수 있는 사이만 되어도 좋겠다고 말했다.

오양이 찾고있는 아버지 오봉원씨는 키가 컸으며 어머니 이주춘씨는 키가 작았다.
또 자신과 2∼3세 차이가 나는 오한철이라는 남동생이 있었는데 동생은 자신이 보육원에 맡겨지기 전 미국으로 입양됐다.

/ nanverni@fnnews.com 오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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