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현대그룹 지배구조 ‘불안정’

박찬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26 10:16

수정 2014.11.07 12:55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체제’가 출범한 가운데 향후 그룹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지주회사의 ‘지분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그룹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구조가 현회장 18.5%, 금강고려화학(KCC) 정상영 회장 등 ‘범 현대계열사’가 16.2%로 양립형태를 띠면서 불안정한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26일 현대 관계자는 “KCC측 등 ‘현대가’의 지분이 대주주의 지분에 육박하고 있어 현회장의 추가 지분확보 등 안전장치 마련이 중요하다”며 “고 정몽헌회장의 현대상선 보유지분(4.9%,500만주) 매각을 통한 현회장의 지분보충도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어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회장체제 출범후 당장은 경영권 혼란이 없지만 수익구조 부실화 등 향후 변수가 발생할 경우 KCC측 등에서 지분확대에 나설 수도 있다”며 “더구나 당분간 정상영 KCC회장이 ‘막후’에서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회장의 추가지분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CC측은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뿐 다른 생각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 등에서는 현회장 일가와 KCC측 현대가의 지분구조에 대한 미묘한 관계가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따라 현회장과 KCC측 등 현대가의 ‘18대 16’ 지분구조가 그룹지배구조를 불안하게 하는 만큼, 현회장은 지분확대를 통해 경영권 방어에 주력해야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수적인 현대가에서 그룹을 이끌 현정은 회장 체제에 대해 긍정적 시각만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현대그룹을 지배하는 존재가 양립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 향후 그룹의 지배구조 변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현대그룹주 중 현대증권,현대정보기술은 별다른 주가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반면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만의 주가가 요동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외국인의 매집 움직임이 없었던 만큼 국내의누군가가 지분을 대량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여진다”고 말했다.

현정은회장 모녀 첫 출근

고 정몽헌회장의 미망인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7일 회장취임 후 첫 출근을 한다. 또 큰 딸인 정지이씨(26)도 11월 1일께 현대상선에 평사원으로 출근할 예정이다.

26일 현대그룹 고위관계자는 “현회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실로 첫 출근한다”며 “출근과 동시에 5개 계열사의 업무파악에 나서며, 고 정몽헌회장의 100일 탈상일인 11월 15일부터 대외활동 등 공식업무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그룹 전체를 총괄할 전문경영인 선임은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현회장은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정식으로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를 맡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상징적인 자리보다는 그룹경영을 직접 책임지겠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편 현정은 회장의 큰딸인 지이씨는 11월 1일부터 현대상선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을 예정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지이씨가 현대상선에 평사원으로 입사, 영업·총무·홍보 등 다양한 부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며 “외국계 광고회사를 다녔던 지이씨는 정회장 사망이후 회사를 그만뒀으며, 이때 쌓은 직장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출발을 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지이씨의 현대상선 입사를 두고, 현 회장의 ‘후계자 키우기’로 바라보고 있다.

/ pch7850@fnnews.com 박찬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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