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 5년] <11> 김승유행장의 선진금융기법

임대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27 10:16

수정 2014.11.07 12:54


‘역합병’ ‘캐시바이아웃(CBO)’ ‘프리팩키지(Pre package)형 법정관리.’

하나은행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낯선 단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김승유 행장이 도입한 이 제도들은 그동안 국내 금융계에서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거나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던 선진 금융기법들.

‘역합병’은 김승유 행장이 서울은행 인수때 처음 사용했던 방법이다. 그동안 상업·한일은행의 합병에서부터 무수히 많은 은행간 합병이 있었지만 역합병 방식이 사용된 것은 하나·서울은행 합병이 처음이다. 역합병은 A은행이 B은행을 흡수 합병하지만 형식적으로는 B은행이 A은행을 흡수하는 형태를 갖는 합병방식이다. 하나·서울은행 합병의 경우 사실상 하나은행이 서울은행을 합병하는 것이었지만 존속법인은 서울은행으로 함으로써 형식적으로는 서울은행이 하나은행을 흡수?^합병하는 형태인 것이다. 이는 이월결손금을 낸 법인은 당기순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순이익의 29.7%까지 법인세 감면을 받을 수 있다는 현행법을 활용하기 위한 김행장의 아이디어였다.
서울은행이 과거 5년간 6조5000억원의 이월결손금을 냈다는 데에서 착안한 것으로 합병은행의 존속법인을 서울은행으로 하면 이월결손금에 따른 세금감면 혜택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김행장이 도입한 또 하나의 기법은 CBO(Cash Buy Out?^채권현금매입)에 따른 기업구조조정 방식. CBO란 부도위기에 몰린 기업이 채권액의 일부만 현금으로 주고 채권을 되사는 것을 말한다. 즉 채권단이 SK네트웍스에 대한 채무재조정을 하면서 출자전환을 원치않는 채권자들에게 채권의 상당부분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일정비율대로 현금을 주고 해당 채권을 사들이는 것이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출자전환 등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하는데다 어차피 채권을 떼일지도 모르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비록 전액은 아니지만 일정부분의 현금을 받고 손을 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대우그룹 사태때 CBO제도가 활용된 적이 있기는 하지만 당시에는 모든 채무재조정이 끝난 뒤 CBO를 적용한 반면 SK네트웍스의 경우 CBO제도를 애당초 채무재조정을 하기 전에 실시, 채무재조정 대상 채권규모를 크게 줄였다는 점에서 대우그룹 처리때와는 차이가 있다.

프리 패키지(Pre package)형 법정관리도 김승유 행장이 처음 도입한 제도다.
사전정리계획에 의한 법정관리라고도 한다. 회생을 목적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며 법정관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법정관리 신청 이전에 모든 정리절차 계획을 확정한 뒤 법정관리 개시결정이 나는 즉시 회생작업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법정관리에는 6개월 정도의 사전 준비기간이 필요하지만 프리팩은 3개월 가량밖에 들지 않아 시간이 생명인 기업회생 작업을 신속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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